이번 시집은 시인이 자연과 환경, 저소득층을 망라한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조망한 시각을 드러낸다. 현재적 삶의 문제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시인은 있는 그대로, 날 것 그대로 바라보면서 자신만의 감성으로 끌어내 시적 영역을 확장해내고 있다. 작가들은 서정성을 추구하고, 안온한 일상에의 복원을 꿈꾸지만 오랜 기간 사회 문제가 됐던 빈부격차나 양성평등, 생명경시, 1등주의 등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깊이있게 천착한다.
이를테면 ‘아테네 올림픽 물살을 헤쳐 딴 금메달을 팔았다//정면으로 자신을 바라본 그/마음 속에 새겨진 금메달 하나면 되었다’고 노래한 작품 ‘금메달’은 1등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 이국의 살인적 추위에 대해 언급한다. 작품 ‘습관에 가까운’이나 ‘극한 추위는 뜨거워지고’는 몽골에서의 극한 추위를 담아내고 있다. 문인들과 함께 몽골을 다녀온 경험을 시에 녹여내고 있는 듯하다.
작품 ‘극한 추위는 뜨거워지고’를 통해 ‘게르 안까지 손을 들이밀며 그림자를 남길 때/난로는 시뻘건 혓바닥을 내밀며/영하 45도와의 만남을 기다린 듯 달아오르고 있다’고 노래한다. 영하 45도에서 우리가 느낄 수 없는 극한추위를 체감할 수 있다.
이외에 ‘난도질 속에서 뜨거워’(‘칼의 자세’)지는 삶을 넘나들었던 시인은 ‘피가 요동치는 나이에 이르러 몸은 기억하고 행동’(‘뼈를 읽는 동안’)하는 시간대에 이르러서야 ‘두손에 안긴 꽃잎’(‘꽃잎의 말을 듣는 중이다’)이 걸어오는 말을 경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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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담 시인 |
문학평론가 겸 시인으로 활동 중인 신덕룡 전 광주대 교수는 해설을 통해 “그동안 삶에 대한 통찰과 세련된 감각으로 자아와 세계에 대해 깊이있는 사유를 펼쳐 보였다. 이번 시집 역시 앞서 보여준 시세계를 바탕으로 폭과 깊이를 더해가며 삶의 진면목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여기에는 편안하고 정갈한 언어 속에 깃든 절절함과 스스럼없이 시인의 사유를 따라가게 하는 부드러운 힘이 작동되고 있다”고 평했다.
이지담 시인은 전남 나주 출생으로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 2003년 ‘시와사람’과 2010년 ‘서정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고전적인 저녁’과 ‘자물통 속의 눈’을 펴냈으며, 눈높이 아동문학상 동시부문과 미래 서정문학상을 수상했다.
시낭송회 ‘비타포엠’ 회장을 역임했으며 해남 녹우당 옆 백련재 문학의집 입주작가를 지냈다. 서정시학회와 사래시, 진진시, 시가 꽃피는 마을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제4시집으로는 동시 150여편을 창작해놓은 만큼 이를 묶어 동시집을 펴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