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각종 문화행사가 재개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올해 데뷔 10년차인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씨가 진행한 소규모 콘서트가 아닐까. 한국 인디씬에서 묵묵히 노래하며 입지를 다져 전세계 무대에 선 그가 고향인 광주로 돌아와 연 무대여서다. 뮤지션 김사월과 선우정아, 정우×버둥, 백순진, 요조, 장필순, 조동희 등 지역에서 만나기 힘든 라인업인 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뒤 고즈넉한 가을 저녁 양림동의 오랜 명소에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몇몇 관객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인 점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광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가야금 병창을 배운 경험이 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이곳을 떠나게 된다. 성인이 된 뒤 광주에서 지낸 적은 학교를 휴학했던 딱 1년 뿐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바쁜 스케줄 사이 매주 광주를 찾아왔다고 한다.

서강대에서 프랑스문화학을 공부, 부전공으로는 여성학을 했다는 그는 학교 생활보다는 동아리 활동에 열심이었다고 소회했다. 하드코어 밴드 ‘광야’에서 보컬로 무대에 다수 올랐고, 대학가요제에도 나갔다.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음악 활동을 지속, 통기타를 치게 되면서 어쿠스틱에 매료됐다.

지난 2010년 10월 첫 미니앨범 ‘36.5℃’로 데뷔해 이듬해 EBS TV 스페이스공감 ‘헬로루키’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 앨범을 다수 발매했다. 그가 낸 앨범은 미니 ‘Good Morning’과 ‘Real’, ‘XXXY’, ‘노마드 신드롬’, 싱글 ‘the whereabouts of love’, ‘My Christmas Is You’, 정규앨범 ‘I Was, I Am, I Will’ 등이다. 이를 통해 2014한국대중음악과 2018년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포크앨범, 올해의 포크음악에 노미네이트 됐다. 국내 가수 중 최초로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3차례나 공식적으로 초청받았다.

커밍홈 프로젝트로 선보인 공연 모습.

이런 그가 기획한 이번 무대는 2년째 진행 중인 ‘커밍홈 Vol.2’라는 프로젝트 콘서트이다. 지난해 선보인 ‘고향’에 이어 올해는 ‘친구, 우정의 정원으로’라는 주제로 양림동 일대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공간기획형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생각을 실현시킨 한편, 지난해 못다룬 부분을 지인인 예술인들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

주제를 통해 엿볼 수 있듯이 그가 고향인 광주로 친분있는 음악가와 시인 등 예술인들을 초대, 초청받은 예술인들은 광주에 1박2일간 머무르며 음반 작업 및 관객들과 음악적 공감대를 공유하자는 취지다.

이번 무대를 위해 지난 8월부터 여러 뮤지션들이 광주를 찾았다. 지난 10월에는 1970년대 통기타 문화의 주역 ‘사월과 오월’로 활동하며 ‘화’를 비롯해 ‘옛사랑’, ‘등불’, ‘장미’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남긴 백순진, TV와 라디오, 팟캐스트, 제주 독립서점 ‘책방무사’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뮤지션 요조, 한국 포크계의 전설 장필순과 작사가 겸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조동희, 김소연·이제니 시인이 우정에 관한 시와 이야기를 나누는 북콘서트가 각각 펼쳐졌다.

그는 이번 무대를 “정답이 있지 않다. 공연같기도, 토크쇼같기도 한, 공연장에서 각 잡고 하는 공연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연을 직접 보기 힘든 이들을 위해 서울 상수동 제비다방이 도맡아 촬영해 실시간으로 생중계, 완성도가 높다고 했다. 제비다방은 홍대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문학가, 방송인 등의 활동지가 돼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최고은씨의 단골집이다.

최고은씨는 커밍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것은 어렸을 때 광주의 가치를 잘 모르다가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문득 광주가 지닌 ‘광주스러움’을 깨닫게 돼서라고 했다. 10년 동안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해온 탓에 여러 공간을 돌아다녔는데, 공연을 한 뒤 바로 이동해서 인지 돌아보면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이 경험이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고향, 정서적인 고향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커밍홈 프로젝트와 함께 그의 음악 키워드인 ‘유목’과도 맞닿아있는 점이다.

“유목이라는 말이 이주와는 다르잖아요. 강제로 떠난 게 아니라 자신의 환경에 맞는 곳을 찾아 이동한다는 거죠. 그렇기에 저에게 맞는 생태적 환경을 찾아 다니는 건데, 광주가 그런 곳이예요.”

그에게 광주는 고향이자, 청소년기까지 보낸 곳, 그가 적을 두고 있는 곳, 부모님의 거주지이다. 또한 어디를 가나 결국에는 여기로 돌아오고, 또 돌아와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인 셈이다.

이와 함께 정의하기 힘든 이 지역 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하기를 조심스러워하면서 1980년 5월이 이 지역 사람들의 삶 전반에 깃들어 있고, 민주화를 위해 모두 하나가 된 5·18민주광장이 현재 일상적인 공간이 됐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상무관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시민들과 논의해 방향을 잡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평화를 이어가는 과정이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

이번 무대를 통해 그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광주가 지닌 가치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광주를 돌아다니면 아파트, 모텔이 많다는 걸 느껴요. 전 단지 공간 만이 아니라 이곳이 터전인 사람들과 지역이 품은 ‘광주스러움’을 담론화해 나누고 싶은 거예요.”

이렇듯 자신만의 철학을 무대에 녹여낸 최고은씨의 올해 마지막 무대는 6일 양림동의 상징 중 하나인 오웬기념각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무대는 최고은 밴드가 장식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감염병 확산이 잠잠해지면 멈췄던 해외공연을 계속해야죠. 올해 커밍홈 프로젝트는 음악을 중심으로 진행한 데 이어 앞으로는 글과 그림, 영상 등 장르를 확장해 여러 주제로 다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