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 올해는 대한민국에 시민 민주주의와 민간 통일운동의 씨를 뿌린 4·19혁명이 일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오는 22일 4·19혁명기념관에서 ‘4·19 제2 통일운동의 기치를 높이며’ 라는 주제로 필자의 통일강의와 통일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4·19 혁명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젊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섰고, 정부는 이를 무자비하게 총칼로 막았다. 4·19 혁명은 보통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확립하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이땅이 뉘땅인데 오도가도 못하느냐’ ‘배고파 못살겠다. 통일만이 살 길이다’ 등의 당시 민중들이 외치는 구호를 보면 한반도 통일운동이 의식적으로 결합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1960년 4·19 민주화 요구의 열린공간은 남북분단 이후 우리역사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백가쟁명식으로 활발하게 논의 되어진 시기였다. 이 시기에 대표적으로 제기 되었던 통일논의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되는데 가장 광범위한 대중들의 호응과 관심을 촉발시킨 것이 혁신계 중심의 한반도 중립화 통일방안이다. 이 통일방안은 미국과 소련의 세력균형에 입각한 통일론으로 남북당국이 참여하는 국제협상에서 한국의 영세중립화를 보장하고 유엔에서 결정되는 중립국 감시하의 총선거를 주장했다. 또한 민족자주통일협의회가 제기한 남북협상론은 민족건양회와 사회당이 중심이 되어 외세의 간섭 없는 남북당사자간의 협상으로 통일을 논의 하며 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남북교류를 통한 한반도 통일을 주장했다. 당시의 보수세력인 민주당과 신민당에서는 유엔감시하에 남북한 총선거론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승만 정권의 몰락으로 북진통일론은 폐기 되었지만 반공과 선건설 후통일을 주장하며 북한을 인정하지 않았고 유엔에 의존하려 했다.

혁신계 통일논의가 정국을 이끌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시 시대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한국전쟁의 기억이 아직 가시지 않았고, 남북의 이질성이 크지 않았던 시절 이었던 만큼, 당시의 경제적 피폐와 고통이 분단 때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 이었다. 1950년대 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소원은 세 가지 였다. 가난한 농민이 잘 사는 것, 자식이 잘 사는 것, 그리고 한반도 통일 이었다.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이해가 어렵지만 당시 통일은 실제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생활의 문제 였던 것이다. 이때 미국에서는 한반도 통일이 중요한 이슈였다. 맨스필드 상원의원은 1960년 11월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 통일문제를 오스트리아의 중립화 조건으로 해결하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버클리 대학의 스칼라피노는 1961년 3월 오스트리아식 중립화의 실현성은 희박하나 외국군대를 철수 시키고 한반도의 중립화를 모색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중립화는 한국 국민들의 의사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브레진스키 교수는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남북통일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4강이 한반도의 중립화 보장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1976년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철수 할 경우 한반도의 중립화가 필요하다며 정책 검토를 지시했다.

이땅에 최초로 민주주의를 확립한 4·19혁명은 3·15부정선거에 대한 광주 금남로의 첫저항의 도화선이 마산 시민의 시위로 거대한 분화구가 되었고, 서울 고대생들의 유혈시위가 기폭제가 되어 마침내 4월 혁명의 불길로 치솟았다.

그러면 4·19혁명 60주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4·19 제2통일운동을 새롭게 재조명 하고자 하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이 한반도 통일시대이기 때문이다. 1000년에 한번 온다는 절호의 기회이다. 북한과 운명적으로 순망치한의 관계인 중국은 향후 급속한 쇠퇴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로 사면초가에 빠진 북한정권이 최후로 기댈곳은 남한과 미국뿐이다. 16세기 임진왜란때 나라를 구하고자 분연히 일어선 이름없는 호남의병들, 구한말 동아시아와 한반도를 뒤흔든 동학혁명, 3·1만세운동의 효시인 동경 2·8독립선언,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1960년 3·15의거를 시작으로 전개된 4·19혁명, 한국의 민주주의를 완성한 1980년 5·18민주화운동은 모두 광주를 중심으로 시작 되었다. 창조적인 소수의 엘리트들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듯이 광주의 4·19통일의병대가 호남 의병정신으로 무장해 민간통일운동을 펼치며 한반도 통일을 견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