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아침’
이는 시 노래로 힐링 음악을 선사했던 기현수씨의 곡이다. 이제 그는 이 노래를 혼자 부르지 않는다. 옆에 든든한 동반자와 함께 한다. “음악은 절대 하지 말라” 만류했지만, 아빠의 뒤를 열심히 좇아 온 그의 아들 드온씨다. 부자(父子)지간이 무대에서 눈을 맞추고, 함께 노래한다. 지난 날 ‘진로 대립’의 시간은 까맣게 잊은 듯, 여간 합이 좋은 게 아니다. 벌써 6년째 듀엣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현수·드온 ‘부자밴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처음 함께 무대에 선 것은 2012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펼쳐진 ‘꽃들에게 희망을:기현수 개인콘서트’에서다. 두 사람은 당시 ‘지금 이 순간’을 열창했는데, 그 공연이 ‘부자밴드’의 첫 무대 이자 아들 드온씨의 본격적인 데뷔였다. 줄곧 아들이 음악 하는 것을 반대하던, 현수씨가 아들과 함께 무대를 준비한 것은 암묵적인 허락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에야 아빠보다 맛깔나게 노래하는 드온씨는 사실 음치에 박치였다. 어렸을 때 CBS소년소녀합창단에서 활동했는데, 당시 지휘자가 “너희 아빠 진짜 가수 맞느냐” 다그쳤을 정도다. 그것이 드온씨에겐 큰 상처가 됐는데, 그렇다고 해서 음악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아빠가 일절 음악에 대해선 가르침이 없으니 더 독하게 ‘독학’을 했다.
드온씨는 “돌아보면 아빠가 반대하던 것이 오히려 득이 된 것 같다”며 “학원을 안 보내주시니 혼자 인터넷 자료를 찾아서 공부하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래했다”고 말했다.
드온씨는 이젠, 아빠 현수씨에게 음악적으로 ‘힘’을 보탤 정도로 성장했다. 기현수 개인콘서트 연출부터 지난해 발매한 시노래 독집 음반 디렉팅까지 드온씨가 도맡아 진행했다. 아빠의 노래를 가장 가까이서 듣고 자라 온 그이기에, 여느 훌륭한 디렉터 보다 더 꼼꼼하게 봐줄 수 있었다.
현수씨는 “젊은 감각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더라. 남이라면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아주 날카롭게 지적해준다”며 “특히 부자밴드의 선곡은 아들이 전담해서 분위기에 알맞은 곡들로 준비해간다”고 밝혔다.
‘부자밴드’의 주 레퍼토리는 포크음악이다. 김광석의 ‘너에게’부터 로이킴이 편곡해 부른 ‘너에게’까지,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노래가 주 무기다. 오는 25일 양림오거리에서 펼치는 무대에서는 들국화 ‘걱정말아요 그대’, 해바라기 ‘행복을 주는 사람’, 이문세 ‘소녀’ 등 7080 추억을 소환하는 곡들을 비롯해 현수씨 곡 ‘내가 가장 아프단다’, ‘청학동아침’ 등 중 선곡해 들려줄 예정이다.
 |
| ‘부자밴드’ 공연 모습. |
서로의 존재가 든든하고 참 좋은데, 또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30여년 음악 한 길을 걸어온 현수씨와 이제 막 음악에 발을 디딘 새내기 드온씨의 음악 색이 다름은 당연할 터. 사소한 코드 진행부터 음표 하나를 찍는 일까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예삿일이다.
다만 이들은 부딪히는 지점에 대해서 터놓고 이야기 한다. 세대가 다르니, 지향점 또한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합의점을 찾아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같은 충돌이 값지다 할 수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둘은 서로의 음악을 사랑한다. 현수씨는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제 색을 찾아가려는 게 기특하다”하고, 드온씨는 “절대 멋 부리려 하지 않고, 노랫말에 진심을 담으려 하는 모습이 멋지다”한다.
두 사람은 함께 무대에 서면서 돈독해졌다. 이전에는 음악 탓에 갈등을 빚어왔는데 이젠 음악 덕분에 사이좋은 부자지간이 된 것이다. 서로는 둘 도 없이 소중한 피붙이이자, 음악적 동지가 됐다.
‘부자밴드’는 빠르면 올 연말 부자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부딪히고, 대립하고, 또 이내 화해하면서 일궈낸 아빠와 아들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