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의 향연이 장관이다. 아기들의 웃음 꽃 만큼 상큼하다. 봄이 오고 봄꽃이 피기 까지 자연은 수많은 씨름을 하면서 왔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땅속 기운과 싸웠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깨진 질서의 담장도 넘어야 했다. 그렇게 온 봄은 사람들에게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보여준다. 겨울에서 건너온 봄은 경계를 뛰어넘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클로버 안에 자리한 민들레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르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경계를 뛰어넘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봄은 아름다움을 즐기기에 좋다. 봄을 즐기는데 정치인들의 문자공해는 마음에 드리운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봄을 만끽해야 할 마음을 방해한다. 마음속 미세먼지는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어지럽게 만든다. 사월은 우리에게 너무나 잔인했다. 참혹한 사월이다. 그 사월에도 자신 안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반성의 십자가를 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용서가 없다.

우리는 봄이 전해준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봄에 얄팍한 해결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계를 뛰어넘으라는 자연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얽힌 실타래가 풀린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 중 그 사람의 삶은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으나 그 사람은 존중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지나친 자기중심적인 삶의 태도와 타인을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개체사회에 접어들었다. 혼자 불안해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지 않는다. 내밀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의 외로움과 소외감은 갈수록 깊어간다. 이의 해결방법으로 인간적인 연결망을 만든다. 저녁마다 접신 할 정도로 알코올로 형을 만들고 동생을 삼고 각종 모임을 만들지만 그 목적이 달성되면 바로 소멸되는 관계로 끝난다. 저신뢰 연고주의 사회에 도착해 있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돈이나 물질을 끌어들여 삼각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둘 사이의 인간관계는 언제 틀어질지 알 수 없는 비안정적인 관계이다. 따라서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불안은 더 큰 차, 더 크고 화려한 집, 백화점에서 사는 명품으로 대체되고 채워진다. 이럴 때 쇼핑중독,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돈 중독이 어느새 적우(賊友)처럼 내 대신 자리를 잡고 버티며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잔인한 달 사월을 자신을 찾아가는 달,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달로 시선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가족을 소개하려고 한다. 필자와 이웃사촌인 윤승용, 최정숙 부부다. 이 가족은 부부뿐만 아니라 양가 형제자매들과 자녀들까지 매월 독서 모임을 갖고 있다. 그 달에 읽을 책을 정한 후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가족들에게 공지한다. 공지가 끝나면 책을 주문하여 각 가정별로 정해진 책을 배포한다. 단지 배포에 그치지 않는다.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 읽을 수밖에 없다. 당근과 채찍이 고스란히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좋은 강화물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충일감일 것이다. 혹은 삶의 현장에서 경험하는 행복감일 것이다. 이 가족이 대화법과 관련한 책을 읽고 난 후 쓴 독후감 한 대목을 옮겨 본다. ‘지은이는 특이하게 말 잘하는 비법이 수학공식과 같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식만 알면 누구나 말을 쉽게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화의 전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고 말하기 전에 듣기, 설득하기 전에 먼저 질문하기, 상대의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 설득하기가 그 단계이다. 쉬운 방법인 것 같다. 그러나 가정이나 사회생활에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딸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보다는 많은 숙제를 지시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회사에서는 일 년에 몇 번 대화하기도 힘든 동료와의 대화도 설득이 먼저인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질문하고 공감해주고 편하게 대해주는 것이 대화의 전제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설령 상대가 틀려도 들어주는 인내를 키워야겠다. 그렇게 살아오지 않아 힘들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잔인한 사월을 건너 나의 알맞지 않는 부분은 버리고 버린 부분은 새로움으로 채워가는 사월, 가까운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다가가는 사월이 되길 기대한다. 그렇게 살아오지 않아 힘들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