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헌법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부터 3일간에 걸쳐 조국 민정수석을 시켜 국민들에게 개헌안을 설명했다.

첫날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 전문 개정안에 4·19 혁명과 부마항쟁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 6·10항쟁을 포함시켰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등재함으로써 5월 정신의 전국화에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는 조항도 등장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공무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구체화했다. 생명권과 안전권, 정보기본권 등이 새로 신설됐다.

21일에는 지방분권에 대한 개정안이 공개됐다.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하고, 자치행정·자치입법·자치재정권을 크게 강화해 자치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등 지방정부 권한과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상생’ 개념을 추가해 기존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한층 강화하고 토지공개념도 다시 회복했다.

마지막으로 22일에는 정부 형태 등 헌법기관의 권한과 관련된 개헌안 요지가 소개됐다.

대통령 개헌안에 권력구조 개편의 핵심인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가 포함됐으며,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하고 자의적인 사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한 사람다운 삶을 강조하고 있다. 헌법이 단순히 국가권력의 기본 틀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철학적인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진일보한 개헌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야당이 반발하는 상항에서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의석수가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고, 보수야당들도 대통령 개헌안에 딴지를 걸고 있는 상황을 놓고 볼 때 현실적으로 개헌안 통과는 불가능하게 보인다.

보수야당은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면 결사항전의 나설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만약 개헌 투표를 하자고 하면 우리는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들어가는 사람은 제명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문 대통령이 일방적인 개헌 발의를 여기서 중단해 줄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며 “국회를 무시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오만이자 국민이 만들어 준 국회 협치 구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참 염치없는 야당들이다. 6·13 지방선거에서의 개헌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여야 모두가 국민에게 했던 약속이었거늘, 지금까지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던 보수야당들이 기껏 개헌안을 마련한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이고 있으니 말이다.

헌법은 엄연히 개헌안 발의 주체로 국회와 함께 대통령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마치 국회만의 특권인 것처럼 대통령의 발의를 시비거는 것도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회의 개헌 의지가 약하며, 개헌을 조속히 추진해야 하므로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59.6%를 차지했다. 반면 ‘야당에 개헌 무산의 책임을 지우려는 정략적 시도이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8.7%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러면서도 국회 합의 땐 발의한 개헌안을 철회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야 합의이기 때문에 합의만 되면 이를 최우선으로 존중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오늘 대통령은 개헌안을 발의한다. 개헌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해외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의 전자결재가 나면 곧바로 국회에 송부될 것이다.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동시에 관보에 게재됨으로써 법률적 의미의 공고가 시작되고 발의 절차도 완료된다.

그 때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다. 싫든 좋든 여야는 개헌안을 논의해야 한다. 야당들은 대통령 탓이나 하며 앉아있지만 말고 합의안 마련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헌 논의는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각 당 지도부가 직접 본격적인 개헌 협상에 나서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한다. 개헌은 국민적 합의이자 시대적 소명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