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승인 가수 수안스님. 그는 절보다 일반사람들이 사는 사바세계에서 더 많이 머무른다. 필자가 스님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곳도 절이 아닌 그의 아지트 ‘천칭자리’였다.

천칭자리는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광주시 동명동 옛 금호문화관 바로 옆 건물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무대와 객석을 갖춘 작은 공연장 겸 문화소통의 장이다.

스님은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자신의 공연은 물론이고 통기타동호회, 책읽는 동아리, 북 콘서트 등 문화예술을 통한 다양한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사바세계에 나와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 이것이 비구로서 그의 역할인 것이다.

스님이 20대 후반에서야 불교에 귀의하게 된 것은 사랑하던 한 여성과의 이별 때문이었다. 강원도 고성에서 직업군인으로 살던 20대 중반 그녀가 돌연 떠났다. 그녀를 잊기 위해 가진 노력을 기울였지만 서글프고 허전한 마음은 해소되지 않았다. 밤새 술을 마셔봐도 그 때뿐 근본적으로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그녀를 잊기 위해 그는 목공예에 심취했다. 나무를 깎고 있으면 배고픈 지도 모르는 그였지만, 그녀에 대한 상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무를 깎고 또 깎았다. 깎다보면 어느새 쓸모 있는 한 물건이 만들어졌다.

그랬다. 그녀의 상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 자신을 나무를 깎듯 깎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길로 절을 찾았다. 출가한 것이다. 이 때 속세 나이가 29세였다.

차음 찾아간 절은 강원도 고성의 건봉사였다. 이 절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의병들을 훈련시킨 곳이자 만해 한용운이 글을 썼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불교방송을 진행하는 수안수님이 가수 박강수씨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행자생활을 끝낼 때 쯤 건봉사 주지스님이 백양사 서옹 큰스님을 소개해줬다. 좀 더 큰 가르침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스님은 드물게도 두 번째 행자생활을 시작했다. 두 번의 행자생활은 군인이 훈련소를 두 번 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스님이 웃었다.

30세에 계를 받고 4년간 학승으로써 승가대학 생활을 거친 뒤 비구계 시험을 통해 비로소 스님으로써 인생을 살게 된다.

사미계와 비구계 통과의례를 지나고 나니 그녀와의 이별로부터 시작됐던 마음의 상처가 어느새 치유돼 있었다고 한다. 마음의 평화를 얻은 그는 자신처럼 방황하는 많은 대중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전공을 포교사로 잡았다. 마치 의사들이 전문 진료과목을 갖듯 스님들도 전공을 갖게 되는데, 비구계에서 전공은 참선을 주로 하는 선사, 경전공부에 매진하는 강사, 계율에 능통한 율사, 그리고 일반사람을 불자로 끌어들이는 포교사 등 4가지로 나뉜다. 물론 한 가지 전공을 가졌다고 다른 분야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공에 보다 정진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가 포교사를 전공으로 삼은 것은 평소 세상과 넓게 소통하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포교는 단지 일반인을 불자로 끌어들이기 위함이 아니고 고해의 바다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까지를 내포하고 있다.

부처님 말씀대로 사바세계가 곧 고통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극복하고 본래 자신의 본성으로 돌아가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부산과 김해, 남해 등을 돌며 한창 포교활동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 백양사에서 포교국장을 맡아달라는 부름을 받고 백양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 때 잠시 서울에서 대학생전법단 사무국장을 맡아 젊은 친구들을 포교하는 소임을 맡기도 했다. 당시 스님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불교가 다분히 올드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그는 음악 등 대중문화를 통해 부처님 말씀의 친밀도를 높이기로 했다.

그의 감성소통공간 ‘천칭자리’에서 노래하는 수안스님.

그는 백양사에서 ‘열린 음악법회’를 격주로 열기 시작했다. 절에 들른 사람들 누구나 음악법회에 참석해 차 마시며 노래 듣고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이 때 인디가수로 잘 알려진 인디안 수니씨가 많은 도움을 줬다.

스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속세에서도 음악법회처럼 쉽게 대중을 만날 수 있는 방법으로 문화공간 ‘천칭자리’를 2016년 4월에 개관했다. 천칭자리는 스님의 태생 별자리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정의의 저울대(천칭)처럼 인간의 화복이 모두 자신의 마음 쓰기에 달렸음을 의미하고 있다.

그는 천칭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한다. 스님은 지난 2014년에는 정규음반을 낸 가수 스님이기도 하다.

천칭자리에서 수안스님은 노래로 만나는 인문학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통기타 동호회가 모여 기타 레슨도 받고 합주공연도 갖는다. 또 최돈선·이호준·윤오순씨가 각각 북콘서트를 열었고 음악인 박경화·유현주씨가 공연을 가졌다. 물론 일반 대관공연도 수차례 진행했다.

스님이 불교방송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조대영 영화칼럼니스트는 이곳에서 일반인들과 영화 한편을 보고 감상평을 나누기도 했다.

그의 감성소통공간 ‘천칭자리’에서 노래하는 수안스님.

스님은 천칭자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면서 더 다양한 계층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 지기를 원하고 있다. 원을 세우면 인연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인터뷰를 끝내며, 스님에게 법문 하나 부탁을 드렸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고통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입니다. 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면 고통이 사라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요.”

그가 만든 노래 ‘참 다행이다’의 노랫말을 소개한다. 역발상이 기가 막힌 가사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과 같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내 마음과 같아서 내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면.

나와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지 못해서 참 다행이다. 내 마음을 알아서 내가 하는 생각을 사람들이 모두 안다면, 나는 아마 자유롭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