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16년 만에 ‘재수사’
전남경찰청, 미제 전담팀 배당…19권 분량 재검토
2009년 수사 누락·왜곡 등 방대한 자료 분석 시작
입력 : 2025. 11. 27(목)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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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진범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27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을 미제사건으로 재분류한 뒤 전담수사팀(중대재해수사팀)에 배당,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초동수사를 벌였던 순천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19권 분량의 수사기록과 검찰이 확보했던 관련 자료 일체를 확보해 검토 중이다. 방대한 자료와 장기 경과로 인해 기록 분석에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재수사에서 초기 수사에서 누락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었는지, 검찰이 특정한 범행 시나리오와 실제 정황 사이에 어떤 괴리가 있었는지 등을 중심으로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는 과거 자료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다만 살펴봐야 할 분량이 워낙 방대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시 미확인 정황이나 새로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 측에서도 관련 증거와 수사 기록 등을 넘겨받아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지난 2009년 7월6일께 순천시 황전면의 한 마을에서 주민 4명이 청산가리가 섞인 막걸리를 마신 뒤 2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친 사건이다.

당시 순천경찰은 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7주간 대규모 탐문을 벌였지만, 수사 종결 직전 검찰이 별건 첩보를 이유로 사건을 직접 수사하면서 주도권이 넘어갔다.

검찰은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와 가정 갈등을 범행 동기로 특정해 피해자의 남편과 딸을 기소했다. 1심은 자백의 신빙성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이로써 부녀는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아 15년 가까이 복역했다.

그러나 이후 △범행에 사용됐다는 막걸리 구입 경위 불명확 △청산가리 입수 정황과 감정 결과의 모순 △부녀의 일관된 부인 진술과 달리 검찰 조서만 구체적으로 작성된 점 등 여러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후 재심 재판부(광주고법 제2형사부)는 지난달 28일 검찰의 강압수사로 자백이 임의성·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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