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공간 표류…대승적 차원서 실마리 찾도록 노력해야
[지발위]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K-문학’ 새 지평 열 방안은
<5·완>마지막 절차 '한강의 공간 복원' 필요
입력 : 2025. 11. 27(목) 18:54
본문 음성 듣기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감흥을 되새기려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전남 보성 벌교읍 소재 태백산맥문학관(사진=태백산맥문학관 홈페이지).
··태백산맥·최명희 문학관 등 독자들 구심점 역할 상기

··대표 문인 기림 장소 구축을…서울은 옛집 매입 진전

··중흥동 집터 인근 대체부지 기념 공간 방문지 조성도

광주시 북구 중흥동 광신맨션 옆 한강의 북카페 부지는 북카페 공간으로 급부상했으나 현재는 그 어떤 표식도 없이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사진은 한강의 북카페 부지로 거론됐던 중흥동 광신맨션 옆 공터.
광주에 와도 한강을 알고 싶고, 그의 체취가 서려 있는 공간을 보고 싶은데 부재해 5·18사적지를 주로 관람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혹자는 소설 속 주요 등장인물이 5·18항쟁 때의 인물이자 5·18 대표 사적지들이기에 그곳을 둘러보면 된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하지만 5·18항쟁을 배경으로 하는 문학작품은 많았다. 현재까지 변함없이 답사와 견학이 줄기차게 이뤄지던 것이 5·18항쟁 때의 인물과 주요 사적지들이었다. 관람을 했지만 도로 5·18사적지를 둘러보게 되는 패턴의 반복이다. 새로울 것 없는 답사가 되는 것이다.

5·18항쟁은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됐다. 현대사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 됐던 것도 사실이어서 역사를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것도 모두 금지다. 역사는 역사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이었다. 광주에서 한국 최초이자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사건일 수 있다. 광주가 고향인 작가가 그동안 부재했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역사일 수 있다.

그래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관한 유무형적 공간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화계 인사에 따르면 수상자 당사자 쪽에서 유형적 공간의 구축에 대해 고사하는 의견을 표출했기에 주체 기관들에서 적극적으로 추진을 하지 못했다는 증언이다. 이 증언대로라면 유형적 공간은 불가하다. 그런데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의 영광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그의 고향인 광주는 접근자세가 달라야 한다는 후문이다.

유형적 공간 구축이 수상자 입장에서는 수상 자체를 수선스럽게(호들갑스럽게) 만드는 일일 수 있겠다. 그러나 노벨문학상은 한국문학의 다시 올 수 없는 경사일 수 있어서 너무 겸손한 발언과 대응은 ‘우리도 이제 노벨문학상 수상국가’라는 자부심을 떨어뜨리게 할 수 있다.

전주에 가면 대하 ‘혼불’의 작가 최명희문학관이 있다. 민간위탁 해지 이후 위탁금 무단 사용문제가 최근 도마에 오르고는 있지만 한옥으로 아담하게 구성돼 그의 소설을 좋아했던 사람들의 집결지가 되는 등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공간이 돼 온 것은 사실이다. ‘혼불’의 서사에서 느꼈던 스펙터클과 장엄함, 그리고 마음을 휘몰아친 그 감동들의 접점 역할을 하는 곳이 최명희 문학관이라고 해석된다. 최명희와 ‘혼불’이 떠오를 때마다 최명희문학관을 찾아 다시 한번 그 감동의 기억들을 다독인다. 유형적 공간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최명희문학관이 그렇듯이 말이다. 군산의 채만식문학관 역시 그런 곳 중 하나다.

또 이 지역 벌교에 가면 태백산맥문학관이 있다. 주요 배경지 중 한 곳이 벌교다. 소설 속에는 주로 전라도를 배경으로 하지만 벌교에 태백산맥문학관이 들어서면서 벌교를 방문할 경우 필수 답사 코스가 됐다. 태백산맥문학관은 조정래의 대하 ‘태백산맥’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답사객들에게 소설의 주요 배경만 둘러보라고 하면 다양한 서사에 대한 느낌과 그 감동들을 추스리는데 한계가 생기게 마련이다.

소설의 주요공간은 한 두번 둘러보면 그것으로 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명작으로 취급되는 작품은 그 공간 뿐만 아니라 그 작품의 모든 것을 취합해낼 수 있는 거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것이 대개 문학 분야에서는 문학관으로 최종단계를 장식한다. 일제시대 등 근현대를 떨쳤던 문인들의 그런 거점이 주로 문학관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은 현시대 상기해봐야 할 지점이다.

이를테면 한강 작가가 서울로 상경한 이후 10대부터 20대까지 거주했던 서울 우이동 옛집을 서울 강북구가 지난 10월 매입해 문학자산화를 시도하고 있듯 광주 역시 중흥동 집터 대신 인근 45평(148㎡) 규모의 대체부지 매입을 했던 만큼 유형공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반응이다. 물론 집터를 매입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한강 작가 집터로부터 30여m 떨어진 곳으로 건축물이 없는 나대지를 대체부지로 선택한 바 있다.

올 여름 언론에서 언급했듯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 없이 방치된 채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점은 1년 밖에 안 지난 노벨문학상의 쾌거가 너무 빨리 잊혀지는 것은 아닌지 자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북카페로 꾸미는 방안을 추진하려다 지난 6월 광주시의회에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이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것이 진전이 없는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어쨌든 이 공간을 애초 내세웠던 논리대로 한강의 노벨문학상 관련 공간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따라서 이견이 노출된 기관들 간 대승적 차원에서 다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볼멘 소리는 여전히 유효한 형국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1년 밖에 안 지난 시점에서 유형공간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표류한다는 것은 노벨문학상의 족적을 우리 스스로 지우는 행위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문학/출판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