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출판현실 속 ‘문예지’ 다시 통할까
■계간 종합문예지 여름호 살펴보니
‘시와사람’…고흥 출신 송수권 시문학세계 조명
‘문학들’…12·3비상계엄 문학적 고뇌·고찰 특집
타깃형 내용…특집·기획 등 독자들 몰입감 견인
입력 : 2025. 06. 10(화) 18:18
계간 ‘시와사람’·‘문학들’·‘시와문화’·‘생명과문학’ 여름호 표지
갈수록 열악해지는 문예지 시장에서 여전히 자기 소임을 다하며 독자들을 매 분기마다 찾아오는 문예지들이야말로 그 어떤 출판물보다 귀중하기 이를데 없다. 그것은 문예지로 출판사의 흑자를 이루기는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출판사에서 돈 잡아먹는 하마같은 지점에 있는 것이 문예지로 인식된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문학인들의 자존심이 돼준 문예지들은 올 여름 문학의 지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계간 ‘시와사람’과 ‘문학들’ 등 문예지들의 여름호를 살펴봤다.

먼저 지역을 연고로 전국화의 물꼬를 튼 계간 ‘시와사람’(발행인 강경호)은 여름호를 맞아 통권 116호를 펴냈다. 이번 여름호에 가장 눈길을 붙잡는 코너로는 단연 ‘남도시인 탐구’였다. 9년 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전남 고흥 출신 송수권 시인(1940∼2016·전 순천대 문창과 교수)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남도 시의 정수 송수권의 문학세계(1)’라는 제목으로 10회 연재될 예정이다. 조명에 나선 이승하 교수(중앙대)는 등단작 4편을 살피고 있다. 송수권 시인의 대표작인 ‘산문에 기대어’를 비롯해 ‘빨랫줄’, ‘부두로 가는 길목에서’, ‘祭ㅅ날’ 등이다. 생전 송 시인은 시집 18권과 시선집 10권, 산문집 10권, 이밖에 시 창작 입문서와 장편동화, 정년기념 논문집 등도 펴냈다고 소개한다. 송 시인에 대한 삶과 작품세계를 전방위적으로 조명할 계획이다.

이승하 시인은 “이 연재물은 10회가 예정돼 있다. 시선집이나 시 창작 입문서를 제외하고 시집 18권에 산문집 10권을 냈으므로 정말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썼다. 지금까지 많은 논문과 평론이 나왔지만 시집 전권과 산문집까지 통틀어 연구 대상으로 한 송수권론은 나온 적이 없었다. 앞으로 송수권의 전 저작을 대상으로 해 송수권론을 써볼까 한다”고 밝혔다.

또 전남·광주 지역문학의 은싸라기 금싸라기 코너도 정성을 많이 들은 코너로 읽힌다. 이번에는 11번째를 맞아 ‘동인지 등화와 곡성 시인 차의섭의 걸음길’을 다루고 있다.

‘시와사람’ 발행인 강경호
‘문학들’ 발행인 송광룡
이어 계간 ‘문학들’(발행인 송광룡)은 이재명 정부의 출범에 따라 내란세력 척결에 대한 과제를 안고는 있지만, 이재명 정부 이전에 빚어졌던 12·3비상계엄 사태의 6개월여 간 표류로 극심한 국가적 혼란을 겪어온 시국에의 문학적 고뇌와 고찰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시의적절한 특집이라는 반응이 따르고 있는 이번 여름호 특집에서는 계엄 이후의 문학에 대한 조명을 시도하고 있어 한발 빠른 담론의 전개라는 평이다. ‘계엄 이후의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다뤄진 이 특집에는 서동진의 ‘정치와 반정치, 비정치: 내란 정국의 정치를 생각한다’와 권김현영의 ‘촛불에서 응원봉으로의 상징 전환: 사물, 장소, 주체의 변화’가 각각 다뤄지고 있다. 서동진은 계엄과 헌재의 대통령 파면 선고를 돌아보며 ‘광장의 정치’와 ‘제도의 정치’를 따져보고 있다. 이제 광장의 정치가 비정치와 반정치의 지렛대가 되지 않고 변혁으로서의 정치로 나아가는 좌표의 자리를 재점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김현영은 ‘광장’의 주역으로서의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2008년 촛불집회, 2016년의 탄핵광장, 그리고 2024년 또 한 번의 탄핵광장의 온전한 주체로서 여성들의 고투들을 세세히 살피고 있다. 2024년 탄핵광장의 주요 전환적 장면이 촛불에서 응원봉으로 상징이 변화했는데 이제 응원봉이 아티스트 응원 도구를 넘어 저항의 표식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권김현영은 결론글 계엄이후를 통해 비상사태라는 국면에서 우리가 어떻게 연대하고 상호의존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갔는지를 시작점으로 다시 잡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비친다.

그리고 발행 겸 편집인을 맡고 있는 광주 송정 출신 박몽구 시인이 경기도에 머물며 펴내고 있는 계간 ‘시와문화’는 ‘젊은 시인들의 시세계와 세계관’이라는 특집에 박몽구 시인의 ‘진정한 해체의 정신과 실천’ 및 장수철 시인의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나는 청춘의 얼굴들’이 실렸으며, 특별기획으로 ‘계엄, 그리고 탄핵과 시’가 소개되고 있다. ‘계엄, 그리고 탄핵과 시’에는 박몽구 김완씨 등의 작품을 싣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설은 박관서씨가 맡았다. 정예시인 신작시 24인선에는 최두석 공광규씨 등이, 이 계절의 시에는 고재종 김행숙씨 등의 작품이 각각 언급되고 있다. 또 권말소시집에는 조성국 시인의 작품과 해설이 수록됐다.

이외에 ‘생명과 문학’(편집주간 김윤환) 여름호는 특집비평으로 2000년 이후 한국시의 리얼리즘 또는 젊은 시의 서정성 등을 다루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문학/출판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