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항공정보 유출범 어떻게 잡았나…하이브, TF 꾸려 경찰 공조
예약 취소·기내식 변경 등 피해 속출…하이브, 증거 자료 확보해 고소
정보 유출·공급책 적발은 첫 사례…항공사 적극적 협조 필요 지적도
입력 : 2025. 03. 04(화) 11:50
비행기까지 따라와…도 넘은 사생팬 스토킹 (CG)[연합뉴스TV 제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참고용 합성 이미지임.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유명 연예인의 항공권 정보를 빼돌려 팬들에게 판매해 수익을 챙긴 외국 항공사 직원 A씨가 지난달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작년 6월 연예인의 항공권 정보를 불법으로 거래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운영자가 붙잡혀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된 적은 있지만, 유통망에 정보를 처음으로 유출한 공급책이 덜미가 잡힌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이는 정보 공급책을 검거했다는 점과 함께 경찰의 장기간 수사와 연예인 소속사와의 공조로 불법 항공권 정보 유통을 원천 차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사례로 꼽힌다.

A씨는 어떻게 덜미가 잡혔을까.

4일 가요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등의 소속사 하이브는 이 문제에 대응하고자 2023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약 2년에 걸쳐 꾸준히 항공 정보 유출을 추적하는 한편, 경찰과 긴밀히 공조해왔다.

그 결과 수사 기관은 A씨를 특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요계에서는 그간 민감한 개인 정보라 할 수 있는 유명 아이돌 그룹의 항공권 정보가 사전에 번번이 유출돼 골머리를 앓아왔다.

A씨가 유출한 항공권 정보는 가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거래됐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는 탑승 편명과 시각 정도가 거래됐다면, ‘웃돈’을 얹어주면 훨씬 구체적이고 민감한 정보도 오가는 식이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극성 ‘사생팬’들은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항공권 정보를 사들인 뒤 같은 항공기에 탑승해 근접 접촉을 시도하거나, 기내식 주문을 바꿔놓는 등 ‘스토킹’을 방불케 하는 행위를 해 가수와 일반 탑승객에게 손해를 끼쳐왔다. 더 나아가 일부 사생팬은 이렇게 알아낸 정보로 항공편 예약을 아예 취소하거나 좌석 정보를 변경해 가수의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에 여러 차례 항공권 정보를 거래하는 SNS 계정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지만, 피의자를 검거하기는 쉽지 않았다.

항공권 정보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SNS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은밀히 거래돼 판매책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웠고, 정보를 최초로 유출한 공급책은 해외에 거주하거나 소재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였다.

여기에 더해 항공권 정보가 공유되는 사생팬 등의 네트워크가 방대하고, 여행사부터 항공사와 공항 카운터에 이르기까지 관련 종사자가 많은 점도 유출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하이브는 2년 전 TF를 구성한 뒤 온라인에서 가수의 항공권 정보를 거래하는 다수 SNS 계정을 확인하고, 운영자(판매책)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 자료를 확보해 경찰에 제출·고소하면서 수사의 물꼬를 텄다. 하이브는 또한 SNS 판매자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2년가량 스토킹 의심 사례가 파악될 때마다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경찰에 제공해 수사망을 좁혀가도록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검거된 A씨가 외국계 항공사 직원으로 알려지면서 항공사 측의 재발 방지책 마련이나 협조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사들은 그간 연예인의 항공기 좌석이 무단으로 체크인돼 있거나 수백 차례에 걸쳐 자리 조회 혹은 변경 시도가 이뤄져도 항공사로부터 로그 기록 조사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위법하게 취득한 항공권 정보를 판매 또는 구매하는 행위는 아티스트의 신변을 위협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자 공항 혹은 항공기 내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아티스트의 개인 정보를 상품화하고 거래하는 범죄 행위에 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어떠한 합의나 선처 없이 끝까지 책임을 묻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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