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쾌적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 규모 건축물에 설치된 ‘공개공지’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기보다는 쓰레기장이나 흡연부스로 전락하면서 시민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광주 5개 자치구 등에 따르면 공개공지는 건축법에 따라 사유지 내에 의무적으로 조성해야 하며, 시민에 상시 개방하는 공적 공간(POPS·Privately Owned Public Space)이다.

건축법상 바닥 면적 합계가 5000㎡ 이상인 문화·집회·종교·판매·운수·업무·숙박 용도의 건축물, 또는 다중이용 건축물의 경우 일반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경시설 등 소규모 휴식시설의 공개 공지를 설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자치구는 각 건축 조례에 공개공지 관리 기준 등을 명시해 놨다.

예컨대, 공개공지 안내판(표지판) 1개소 이상 설치나, 다중 이용에 편리한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공개공지 등을 설치한 건물주는 사용승인 신청 시 공개공지 관리대장을 제출하고, 관할 구청장은 유지관리 실태를 연 1회 이상 확인·관리해야 한다.

관리를 소홀히 하면 시설물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면적에 따라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올해 기준 광주 5개 자치구에 설치된 공개공지는 총 154개소(동구 26개소, 서구 43개소, 남구 15개소, 북구 28개소, 광산구 42개소)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개공지에는 이를 표시하는 안내판도 없는 상태였고,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공개공지의 경우에는 건물주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도심 속 쉼터가 아닌 흡연실로 전락한 곳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광산구의 한 대형마트 한쪽에 설치된 공개공지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무수한 담배꽁초 등 크고 작은 쓰레기가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이곳이 공개공지라는 점을 안내하는 표지판도 없었다.

40대 김모씨는 “이곳을 오갈 때 흡연하는 모습이 종종 보여 흡연공간으로 알았다. 쉼터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온갖 쓰레기를 버려서 냄새도 많이 난다”며 “쉬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구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공개공지도 안내 표지판이 없고,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수두룩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피스텔 관계자는 “건물주나 입주자들의 관리비로 공개공지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보니 청소 외에 흡연을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개공지가 기본적으로 사유지이다 보니 자치구가 개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공개공지가 흡연장소로 이용되거나 각종 물건을 쌓아놓는 장소로 악용돼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면서 “기본 취지에 맞는 활용 방안과 합리적인 관리·감독 등 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