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한다. 아무리 상사의 명령이라도 위법한 명령이라면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판결이라고 하겠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 9일 1심 선고 공판에서 박 대령에게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19일 수해 당시 순직한 채 상병의 순직사건 조사를 직접 지휘했다. 박 대령은 조사 기록의 민간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이첩을 강행, 항명했다는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기소됐다.

박 대령에게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이 전 장관이 부당한 지시를 한 것처럼 일반인이 느끼게 했다는 상관명예훼손 혐의도 적용됐다.

군사법원은 이 전 장관이 김 전 사령관에게 조사기록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김 전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보류를 지시한 것은 군사상 의무를 부과하는 명령에 해당한다면서도,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조사기록 이첩 보류는 정당성이 없는 명령이라고 판단했다.

군사법원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은 (경찰에 지체 없이) 이첩해야 할 의무가 있고, 사령관은 지휘감독권이 있다”면서도 해병대사령관은 보류를 명령할 권한이 없다며 항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역시 무죄라고 판단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시민단체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한 판결이 내려졌다”며 환영했다.

아직 최종심판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1심 결과로만 놓고 볼 때 박 대령의 행위가 정당했음음 말해주고 있다. 상사의 명령이라도 위법한 것이라면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판결이다.

더불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현재 진행 중인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의혹 수사 역시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