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제주항공 참사…자영업자 무너진다

연말·연초 특수 실종…행사 간소화로 꽃집 타격

여행업계도 고사 직전…“정부·지자체 지원 절실”



“지난해 연말부터 손님이 아예 없습니다. 직원 수도 절반으로 줄였는데 더 이상은 못 버티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까지 겹치면서 위축된 소비 심리에 광주·전남지역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8일 낮 12시 광주 북구 용봉동 먹자골목.

평소 점심시간이 되면 밀려드는 손님으로 북적이던 이곳은 지난해 연말부터 유동인구가 급감했다.

거리에는 한산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문을 닫은 가게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실제로 음식점과 카페 등 자영업자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용봉동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A씨(39)는 “올해는 연말·연초 특수가 아예 사라졌다”면서 “평소라면 한 달 평균 5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냈지만, 이달은 200만 원도 안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임대료와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어 직원을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였다”면서 “빈 테이블이 가득한 공간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광주 북구청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B씨(58·여)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소 같으면 꽃다발과 화분 등의 주문이 몰려 바쁜 나날을 보낼 시기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1월은 공직자 퇴임과 취임식 등 인사철로 수요가 많은 달이지만, 올해는 각종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면서 “지금 같은 분위기가 각급 학교 졸업식까지 이어질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꽃은 생명력이 짧아 판매가 안 되면 모두 폐기해야 한다”며 “매일 신선한 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손님이 없으니 계속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 여행업계도 고사 직전이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부터 광주·전남 지역에서 영업 중인 여행사 900여곳에 예약 취소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동구의 한 여행사에서는 오는 3월까지 예약된 상품의 90% 이상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 되면 사무실 문을 닫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업주들은 호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무안공항 정상화에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국토부는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무안공항 폐쇄 기간을 이달 14일 오전 5시까지로 연장했다. 한미 합동조사팀이 최근에야 가동됐고, 파손된 공항시설 보수 작업도 필요해 언제쯤 재개장 될 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광주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행사 취소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광주지역 자영업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소비 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상인들이 지속적으로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누적된 내수 침체와 비상정국의 영향으로 위축된 지역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설 명절이 있는 1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간 광주상생카드 할인율을 기존 7%에서 10%로 늘렸다.

이번 특별할인으로 지역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상생카드 예상 발행 규모는 총 1000억원이다.

광주시는 기존에 추진했던 광주상생카드 결제수수료(0.25%~0.85%) 전액 지원 사업도 이어간다.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이 대상이다.

5개 자치구는 설 명절 전통시장 장보기·소상공인 제품 구입하기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비를 독려한다.

또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소규모 행사·모임 시 소상공인 식당 이용을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