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전남대 구성원들이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 시기를 정당화한 책을 낸 전남대 김재호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전남대 민주동우회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김재호 경제학과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펴낸 ‘한국 경제사 개관’ 영문판 원서에서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은 빠른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독립 이후 일본과 경제관계가 단절된 후 한국의 산업 생산은 급격히 위축됐다’고 표현하며 일제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했다.

김 교수는 또 이 책에서 ‘1987년 민주화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제도적 틀을 무너뜨리고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저평가했다. 민주화운동이 한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것처럼 폄훼한 것이다.

김 교수의 그간 활동을 살펴보면 그의 역사인식이 극우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는 일제의 식민지배가 한반도를 근대화시켰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유명한 낙성대 경제연구소의 일원이자 지난 2008년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의 필진으로 참여하는 등 줄곧 식민지 미화론에 앞장서고 있다.

또 5·18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사상·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극우적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시민단체는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폄훼하는 김 교수 같은 식민주의자는 민주화의 성치 광주, 민족전남대학교의 구성원 자격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의 해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엔 여전히 식민지 잔재와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많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일제수탈과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일은 악몽 같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일이다. 김 교수는 왜곡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과거사 기술을 수정하고, 시민과 대학구성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