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기억과 결핍에 관한 텍스트이자 사회 문화적인 ‘부재’ 자체를 물질화하고 가시화하는 작업을 구체적 형상을 가진 것으로 해석, 형상화해 주목된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전시다.
더욱이 이들이 바라본 광주의 연말과 연초의 풍경에 대한 해석으로 호기롭게 접근할 수 있다. 두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데 모두 벨기에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이어서 국내나 지역의 현재적 문제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이들은 비상계엄 정국 아래 광주집회를 직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지역의 정서와 현실 풍경을 기억으로 분류까지 해낸 것으로 읽힌다.
주인공은 ‘헝그리 고스트’라는 타이틀전을 준비해 전시로 관철시킨 보리스 담블리와 소피 덴블뢰가 그들이다. 그들은 왈로니-브뤼셀 인터내셔널(일종의 벨기에 경제협력 재단)의 후원으로 지난해 11월 16일 광주에 도착해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가연지소 국제레지던시(광주 남구 백서로 79-1, 양림동)에 참여해 이번 전시를 준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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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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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픈 유령’ |
특히 이들은 광주에 온 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비상계엄과 몇 시간 후 해제, 그로 인한 금남로 탄핵시위를 직관할 수 있었다. 이들은 집회가 마치 젊은 사람들의 축제 같아 무척 인상깊었다는 후문이다.
그들의 작품에는 ‘유령’이라는 주제 아래 코로나19 기간 동안 브뤼셀에서 겪은 슬픔과 한국의 비상계엄을 위시로 한 다이나믹한 정치적 이슈가 혼재돼 투영돼 있다.
이 두 작가는 아티스트 성명서를 통해 주변의 관찰한 여러 사물로부터, 그리고 개인적인 기억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모델링하고 패턴을 만들면서 바느질을 해 부재한 것을 물질화를 통해 유형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이들이 구현하고 있는 텍스트 속 ‘담아내는 비어있음’은 바로 이것들이 취하는 유령의 비어있음을 표상해내는 동시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지속되는 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상징적인 형태인 결핍의 외피가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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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엄:안귀령이 잡아챈 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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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동안 도시봉쇄를 겪었던 브뤼셀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유령과의 대화에 개입하는 애도로부터 시작해 텍스타일 작업 ‘계엄: 안귀령이 잡아챈 총’과 소녀상 옆에 놓인 ‘빈 의자’처럼 그들에게 강렬하게 다가온 한국의 사회·정치적 이슈들까지가 전시 키워드로 결핍과 부재를 뚫고 기억해야 하는 것들의 오브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풀이다. 여기서 소녀상의 언급은 안세홍·야지마 츠카사의 사진전을 반추하게 만들기도 한다.
‘계엄:안귀령이 잡아챈 총’은 진짜 총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만큼 천으로 구현했다. 두 작가가 모두 그 순간을 감명깊게 봤는데, 이들은 안귀령(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총을 잡아챈 순간이야말로 계엄을 저지하는 순간의 힘으로 해석하고 이를 기억할 것을 주문한다.
포도나무 갤러리 정현주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해 “이들 경험이 전시 곳곳에 중요한 텍스트로 배치되기 때문에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형상들의 설치는 이방인으로서 그들이 조우하고 공감했던 광주와 한국사회에 출몰하는 정신과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