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소가치 높은 무대를 꾸려가는 장본인인 황순칠 화가는 올해 마지막 무대를 ‘제21회 고담(古潭) 황순칠 서예전 음악회’라는 명칭으로 31일 오후 5시 남구 송하동 124-2번지(원효천 2길 8) 소재 작업실인 황순칠 갤러리에서 갖는다. 고담은 작가의 호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그동안 선보여온 평면 회화 대신 서예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회화보다 다소 늦었지만 서예 솜씨가 그림 못지않은 실력을 구가하고 있다.
그의 서예 이력은 굉장히 오래 됐다. 처음 서예를 접한 것은 50년이 넘는다. 고등학교 때인 1973년 서예 분야에 입문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기초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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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하동 작업실에서 서예 작업 중인 황순칠 화가 |
이런 그가 서예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은 고교 졸업 후 당시 여수에 하나 뿐인 김득평 서예학원(서도원)을 다니며 이전의 안진경 체에서 구양순 법첩으로 바꿨고, 순천에 있는 벽강 서도원도 기웃거리며 어깨너머로 배웠다. 1970년대 국내 최고 서예가들인 일중 김충현과 그의 친동생 여초 김응현의 서체를 흉내내다 우연히 만나 공부할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어느날 신문에서 의재 허백련 선생의 연진회 미술원이 개원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그의 편지를 받은 초대 원장인 구철우 서예 문인화가가 광주로 올라오라 해서 1978년 1월 광주로 올라오게 됐고, 서예 입문 수 년 후 동양화를 허백련 선생의 첫 줄로 하면서 송곡서실과(안규동) 남룡서실(김용구)을 드나들었다.
이후 그림 공부를 하면서 서예는 독학으로 게을리 하지 않고 매일 연마해왔다. 서양화로 전환해서도 늘 쉬지 않고 화실에 들어서면 서예부터 시작해 그림을 그렸다. 왕희지를 비롯 구양순, 안지경, 소식, 황정견 등의 수많은 법첩을 구입해 두루 익혔을 뿐만 아니라 초기 때는 해행서를, 중기 때는 예서와 전서를 그리고 근년에는 전서와 행초서를 많이 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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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 출사표’ 행초서 |
올들어 행·초서에 전념, 왕희지의 난정서를 망라해 안진경의 쟁좌위첩과 소동파의 적벽부 및 명장군 악비의 출사표, 손과정의 초서 등을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아주 자유분방하고 마치 아름다운 춤꾼이 춤추듯이, 새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 듯이, 물고기가 물 위로 튀어 오르듯이 환상적이고 극적인 초서를 아주 즐긴다”면서 “서예는 매일 매일 나의 스승이자 마음을 추스르고, 담담한 가운데 선(禪)과 명상(冥想)에 이르게 하며 무아(無我)에 들게 한다. 서예는 나의 그림의 바탕이자 철학이고, 나의 예술의 한 장르다. 그러므로 나는 서예를 하고 난 후에 그림을 그린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에는 단짝인 딸은 참여하지 않지만 바이올린 연주를 처음 선보이는 등 알찬 무대를 꾸민다. 무대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화음이 펼쳐질 예정이다.
작가는 무대랄 것 따로 없는 소박한 공간에서 손님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화음을 들려줄 각오다. 그 무대에서 화가는 ‘AMAZING GRACE’를 비롯해 ‘DANNY BOY’, ‘푸른하늘 은하수’, ‘얼룩 송아지’, ‘섬 집 아기’ 등 다채로운 곡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