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부터 일주일째 탄핵심판 접수통지와 출석요구서 등 관련 서류 수취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해 관련 서류를 관저에 우편으로 보내면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하고, 대통령실로 보내면 수취인이 없다는 이유로 돌려보내고 있는 것.

전형적인 재판 거부·지연 전략이다. 대게 피의자들이 재판을 거부할 때는 서류부터 받지 않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시정잡배도 아니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재판을 끌어보겠다고 수취거부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태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했지만, 이번처럼 송달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 서류가 송달됐고, 가결 닷새 뒤에 대리인단의 소송위임장과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된 직후 헌재가 인편으로 약 1시간 만에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송달을 끝냈다. 이후 7일 뒤에 소송위임장과 답변서를 냈다.

앞서 탄핵소추된 대통령들도 국회의 결의와 헌재의 탄핵심판에 즉시 응했건만, 윤 대통령만 국민 관심이 집중된 탄핵심판에 수취거부로 아까운 시간을 소모하게 하고 있다.

첫 변론준비기일을 오는 27일로 잡아놨건만 피고의 수취거부로 헌재의 탄핵심판 후속 절차 진행에 차질이 우려된다.

헌재는 신속한 심리를 위해 관련 서류를 ‘송달 간주’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계엄 후 잇따른 담화로 국회 탄핵소추를 모면하려 했던 윤 대통령이니 만큼 그가 현 진행상황을 모를 리 없다. 그의 잇따른 수취거부 행위는 향후 절차적 흠결이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술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국가의 중대사가 일개 송달 문제로 차질을 빚어서야 되겠는가.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재판지연 전략이 통하지 않도록 법률이 정하는 방식에 따라 송달절차를 끝내고, 조속히 탄핵심판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