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내란죄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당이 제시한 조기 퇴진을 택하기보다는 수사와 탄핵심판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1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본인이 법정 다툼을 통해서라도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개인적으로 용산에 있는 관계자들과 접촉한 바에 따르면 어떤 경우든 하야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구속되고,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이날 계속 긴급 체포되면서 검·경·공수처의 수사망은 그를 향해 좁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 내 탄핵 반대 당론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108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탄핵안이 가결되는 구조에서 이날까지 5명 이상이 윤 대통령의 명시적인 하야 의사가 없을 경우 탄핵에 찬성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오는 14일 표결에서 이들 5명 외에도 추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 윤 대통령의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양수 정국안정화 TF 위원장은 지난 10일 비공개 비상 의원총회에서 ‘2월 하야 후 4월 대선’과 ‘3월 하야 후 5월 대선’ 등 두 가지 안을 보고했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필요하다’며 TF안에 힘을 싣고 있지만 친윤계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실은 여당의 로드맵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윤 대통령은 하야보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다툼을 벌이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긴급 현안질의에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내란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고의성과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직무판단에 있어서 위헌 판단을 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은 헌정사에 중대한 기로에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탄핵해야 할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며 “지금 대통령의 조기 하야를 하고 바로 대통령 선거가 있으면 헌법 개정은 물 건너간다”고 밝혔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TF안에 대해 “2월 퇴진이든 3월 퇴진이든 조기 퇴진, 조기 하야에 반대한다”며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수사와 향후 탄핵 심판에 대비해 법률대리인단을 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검사 출신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해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법조인을 중심으로 변호인단 구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일부는 수임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내란죄 수사와 탄핵 심판을 모두 방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학계에서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는가’와 ‘폭동이 있었는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형법은 제91조는 국헌문란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