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일선 자치구 공무원 A씨는 민원 처리 중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민원인의 “대통령 탄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 때문이었다. 이에 A씨가 “공무원 신분이라 답변하기 힘들다”고 대답하자 민원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맞냐”며 되려 호통을 쳤다.

# 광주 한 고등학교 교사 B씨가 지난 3일 이후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비상계엄과 탄핵이 무엇이냐”다. B씨는 학생들에게 교과서 위주의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현 시국에 괜한 오해로 불편한 상황을 마주할까 늘 걱정 속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소추 등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교사와 민원실 공무원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학생과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자칫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를 위해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교사들 또한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 현행 법률로 제한돼 있다.

정당 가입·활동, 선거운동, 정치자금 후원 등을 할 수 없고 근무시간 외에도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제한된다.

하지만 비상계엄을 처음 경험하는 학생들의 현 시국과 관련된 질문에 교사들이 난처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12·3 비상계엄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첫 계엄이며, 탄핵의 경우 2016년 이후 8년 만이어서 학생들은 생소한 현실에 많은 의문을 갖는다.

초등학생 김모양(4년)은 “계엄과 탄핵 소추라는 뜻이 무엇인지 몰라 수업 도중 선생님에게 질문했다”면서 “설명을 듣고 무섭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혹여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인천에서는 한 교사가 윤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열린 집회에 참여한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신고를 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 교사는 “지금 1학년 고등학생들은 2016년 탄핵 정국 당시 8세였다. 현 시국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들이 있어 사회나 정치와 법을 다루는 교과서 내용 수준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과서 위주의 지식을 설명하지만 최근 정치적 사건과 연관해 학생들이 오해하거나 학부모에게 괜한 민원이 들어오면 곤란해질 것 같아 설명할 때 의식을 안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난감한 상황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민원인들이 현 시국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묻고 이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꾸짖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계엄에 저항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할 수 있는 일인가 의문이 들긴 하다”면서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에 자칫 논란거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