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인도네시아 예술가이자 영화 제작자, 미디어아티스트인 아리프 부디만은 미디어 작품 ‘지난 5월 극장’에 폭력의 역사를 매개로 인도네시아와 광주의 아픈 역사를 재해석해 담아냈다. 작품은 자카르타와 광주의 5월 동안 영화관 매표소에서 일했던 두 극장 직원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로 거리에 나가 군인들을 마주치거나, 직접적인 일을 경험하지 않았으나 그들이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마치 그들의 마음속에서 끝나지 않는 전쟁영화처럼 그려지고 있다. 작가는 5·18을 겪었던 많은 이들을 인터뷰했다. 그 당시 학생이었던 사람들 역시 그의 인터뷰 대상이 됐다. 이를 베이스로 깔고 직접 광주극장을 방문한 뒤 스토리를 구성했다. 물론 국가기록원에서 차용한 이미지로부터 자신이 만든 이미지까지 전부 활용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혹은 실제로 작가가 만든 이미지 등을 혼용해 제작했다. 5월의 광주와 자카르타 시민들의 기억의 조각들을 엮어 재구성해 영상을 완성한 셈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월 8일부터 11월 5일까지 광주 동구 미로센터의 미로예술인레지던시 결과 보고전의 하나다. 전시는 18일 개막해 오는 24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열리는 ‘검은빛 깊은눈’전이 그것이다. 예술공간 집이 콜렉티브 오피스와 함께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앞서 언급한 아리프 부디만(Arief Budiman)을 비롯해 마리얀토 (Maryanto), 랑가 푸르바야 (Rangga Purbaya)와 협력기관인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루앙매스56(ruangmes56)의 공동대표이자 작가인 위모 암발라 바양 (Wimo Ambala Bayang)까지 총 4명의 작가가 20여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이들 작가는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국제적 활동을 꾸준히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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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프 부디만 作 ‘지난 5월 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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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얀토作 ‘What autum can teach us about history stick in memory’ |
또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양동시장과 대인시장을 탐방했다. 여기다 여수의 옥매광산과 마래 제2터널, 오림터널까지 방문하며 광주·전남지역의 역사적 현장들도 잊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현대미술과 아티스트 & 광주’ 행사를 10월 24일 미로센터 2층 책방에서 마련하고 자신들의 작품세계와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을 소개해 호응을 얻었다.
참여작가 중 마리얀토와 랑가 푸르바야는 이전 광주를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ACC 전시에 참여했다. 랑가 푸르바야의 어머니는 광주 인권상을 수상했기에 작가에게 광주는 더욱 친숙한 도시였다. 이번 전시에서 마리얀토는 광주의 곳곳을 스케치한 드로잉과 기존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고, 랑가 푸르바야는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모티브로 재구성한 영상작품과 광주에 머무르며 촬영한 스냅사진들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아리프 부디만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신작을 제작했다. 5월의 광주와 자카르타 시민들의 기억의 조각들을 엮어 재구성한 짧은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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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가 푸르바야 作 ‘나는 폭풍 속의 나뭇잎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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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모 암발라 바양 作 ‘Belief and Seeing are Both Often Wrong 2024’ |
이번 전시는 그간 인도네시아와 광주의 작가들이 교류를 지속해 온 연장선으로, 광주의 작가들이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족자카르타에서 전시와 레지던시를 열었으며, 올해 인도네시아 작가들이 광주의 레지던시와 전시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인도네시아의 현대미술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콜렉티프 오피스 이은하 대표는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와 광주의 미술이 지속적 교류를 통해 광주의 현대미술이 더욱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으며, 예술공간 집 문희영 대표는 “광주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깊은 사유의 시간을 보낸 작가들이 바라본 광주를 향한 또 다른 예술적 시선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