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난 14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다. 매년 이맘때면 ‘수능 한파’라는 수능 관련 고유대명사를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곤 한다. 수능 한파란 사전에도 등재된 단어로 수능 당일이나 그 가까운 날이 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한파가 찾아온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실제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부쩍 추워진 날씨로 수험생들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두꺼운 패딩을 입은 채 집을 나섰고 시험장 입구에서는 손난로, 어묵탕 등을 건네며 수험생을 응원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수능일 날씨를 보면 아침 최저기온이 90년대보다 4도 이상 높아졌고 한파 특보가 발표될 정도로 추웠던 해는 2019년 외에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는 일반적인 11월 추위마저 무색하게 했다. 수능 당일 제주 낮 최고 기온은 20도를 넘어서 최근 10년간 수능일 기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이런 높은 기온 탓에 수험생들이 반팔, 반바지를 입고 시험장에 입장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수능 한파는 수능이 있는 11월 중순이 통상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로 기온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시기라서 생긴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바지를 입는 새로운 풍경에 더는 수능 한파 정의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수능 한파 의미 퇴색은 기후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기후 변화는 태풍, 폭우 등 자연 재난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며 기후재난으로 불리고 있다.

더 위험한 건 올해 추석 폭염과 같이 기후 변화는 예측하기 힘든 자연 재난을 수시로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기후재난 대응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 미래는 자연 재난으로 얼룩질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어떻게 행동해야 효과적일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예측이 어려운 자연 재난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기후재난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자연 친화 행정에 더욱 힘써야 한다.

북구는 기후재난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녹색안전도시 조성을 구정 역점과제로 설정하고 도심 침수 대응과 생태 보전·복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도심 침수 대응책으로는 침수 우려 취약지 3곳에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행정안전부 주관 공모사업에 참여해 확보한 624억 원의 우수저류시설 설치 사업비를 단계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노후 하수도는 339억원 규모의 하수도 중점 관리사업을 통해 집중 정비에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 9월에는 첨단지구가 재해 위험 지역 정비 사업지로 지정돼 346억원을 확보함에 따라 북구가 민선 8기 목표한 ‘총 1309억원 규모 항구적 안전 도시’ 기반 마련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연 친화 인프라 조성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무등산에서 영산강까지 도로로 단절된 숲길을 복원·연결하고자 4구간으로 나눠 진행 중인 330억원 규모 ‘시민의 솟음길’은 지난 8월 2구간 조성을 마치며 사업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무등산 평두메습지를 ‘광주 최초 람사르습지’로 등록시키는 값진 결실을 맺기도 했다. 습지는 탄소 흡수를 통해 자연 재난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생태 기반 해법인 만큼 북구는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와 적극 협력해 평두메습지를 효율적으로 보전·복원해 나갈 계획이다.

북구 자연 친화 행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북구 월산보에서 담양군 영산교까지 약 28만㎡ 생태 자연 구간을 관할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지방 정원’으로 보호·활성화하자는 구상이며 프로젝트가 본격 진행되면 전국 최초 지자체 협력 지방 정원이자 지역 경계를 넘어선 생태 보전 협업 사례가 될 것이다.

자연 재난은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예상되더라도 자연의 불가사의한 힘으로 효과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 그래서 자연 재난은 사전에 대비하고 예방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구 역시 기후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한발 앞서 유비무환의 자세로 준비해 오고 있다. 여기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대응이 더해진다면 모두가 더욱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안전불감증 없이 우리 주변의 위험 요소를 스스로 관리하고 재난에 강한 북구를 꿈꿔본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