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는 2027년 ‘개 식용’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대체 보양식으로 염소가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염소 생산액은 2018년 595억 원에서 2021년 1775억 원으로 불과 3년 만에 3배가량 급성장했으며 염소 가격도 2018년 kg당 5600원에서 올해 1만 8700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일선 축협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으며, 지난해 2개에 불과했던 염소 경매시장도 올해 연말까지 17개소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6월, 전남 도내에서 가장 많은 염소를 사육하고 있는 화순(2023년 기준 72 농가, 1만 7550두)을 비롯한 강진, 보성 지역에서도 염소 경매시장이 문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전남지역은 완만한 산지, 넓은 농경지, 우수한 조사료 자원을 활용해 전국의 25%인 11만 마리의 흑염소를 사육하는 주산지로 염소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재래 흑염소와 육용종인 보어가 주요 품종이다.

염소는 초기 투자 비용이 낮아 축산 농가에서 많이 선택하고 있는 축종이지만, 고기의 소비 형태가 약용에서 육용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사육 규모가 산업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소, 돼지 등 주요 축종에 비해 품종별 사양관리 기술과 전용 사료 부족, 염소 고기 판로 부족 등 염소 산업에도 많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다.

그동안 염소 산업계에서는 혈통관리 부재로 인한 근친교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통등록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염소 혈통 등록 사업을 시작한 한국종축개량협회가 염소개량을 위한 등록기관으로 지정되어, 염소의 무분별한 교배를 예방하고 우수한 종축을 선발·보급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염소고기는 도축장을 거치지 않고 농가 또는 중도매인을 통해 생축으로 유통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전문 도축 시설이 부족해 도축을 하기 위한 운송 비용이 커지고 판로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육질 등급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품질이 제각각이며, 정형화된 도체중(생체에서 도축 및 해체한 부산물을 제외한 무게)이 없어 전문 도축장의 기준도 모호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내산보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 염소 고기를 사용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으며, 외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유통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염소 고기의 수입 동향은 2021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염소 산업 기반이 약한 탓에 수입산이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대로 염소 사육 농가와 사육 두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소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염소 관련 정책도 기존의 구제역 백신 공급과 올해 도입한 혈통 등록 외에는 부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염소 산업은 향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염소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토착화된 흑염소를 안전하고 고품질로 사육할 수 있는 기술 정립과 전문 인력 양성 등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육량과 육질이 우수한 염소 신품종을 개발하여 신속하게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농가 소득 증대와 염소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염소 사육은 비교적 낮은 탄소배출과 더불어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 적합하여 자연과 사람, 동물 모두가 행복한 ‘방목생태축산’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어렵게 키워온 시장을 수입산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정부의 시의적절한 정책이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