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소 고려인 2세대 작가 한진의 희곡 ‘폭발’은 고려인이 제작한 문학작품 중 5·18민중항쟁을 다룬 유일한 작품이다.

2021년 최영화 호남대 미디어영상공연학과 교수이자 고려인마을극단1937 예술감독이 각색, 연출을 맡아 초연한 이 연극이 20일 두번째 광주무대를 선보인다.

한진은 재소고려인 2세대 한글문학 작가이자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유일한 프로극작가로 활동한 인물이다. 그의 희곡 작품 7점은 2020년 국가기록물 제13호로 지정됐다.

그중 ‘폭발’은 광주 5·18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 작품에는 월남전과 5·18민중항쟁으로 가족과 생이별을 겪은 이들이 등장한다. 군사정권의 야만적 폭거에 대한 민중의 억눌린 분노는 폭발한다.

극은 남한 내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장면으로 시작된다. 5·18 당시 대학생 아들을 잃어버린 심학수, 광주로 유학 가서 전두환 군부의 만행에 항거하다 붙잡혀 고문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그의 아들 철호,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딸을 잃어버린 박용주와 미군 기지촌에 양공주로 팔려간 그의 딸 봉네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다양한 설정의 인물들을 통해 군사독재 반대와 한반도 평화 염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극작가 한진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망명자로서의 삶을 선택했지만, 평생 민족의 끈을 놓지 않고 그리워했음을 그가 남긴 여러 작품들이 증명한다. 이역만리 먼땅의 고려인 극작가가 광주의 오월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는 것은 놀랍다.

광주고려인마을은 2000년대 초반부터 광주 광산구 월곡동을 중심으로 조성됐으며 현재 수많은 고려인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고려인의 이주 역사와 정체성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연극 ‘폭발’이 광주 고려인마을을 알리고 의미를 되새기는 대표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