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의 정치 세계관은 오로지 이분법적 해석으로 대립한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좌파에 대해 비판하면 우파가 되고 우파에 대해 비판하면 좌파가 된다. 중도를 표방하는 사람은 그러한 이분법적 해석앞에서 설자리가 없을뿐더러 그러한 역할을 해줄 중도다운 제3지대 정당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적인 제3지대 정당으로는 ‘개혁신당’과 ‘조국혁신당’이 존재하지만, 좌파의 시선에서의 개혁신당은 우파 정당이며, 우파의 시선에선 조국혁신당은 좌파 정당에 불과하기에 중도 지지자들의 입장에선 ‘중도적 제3지대’로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중도적 제3지대라 함은 좌도 우도 아닌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들의 확성기 역할은 물론, 정치 균형을 위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잘못된 것은 날카롭게 비판하고 포용할 것은 적극적으로 포용하며 의회에서의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나 현재 제3지대 정당에게 그러한 역할을 기대하기란 매우 힘들어 보인다.

그 이유로는 표면상 제3지대 정당이긴 하나 활동 범주를 볼 적에 위성정당 또는 도피성 정당으로 밖에 인식이 되지 않을뿐더러 중도 인사들이 합류했거나 또는 자체적으로 중도적인 정치 행보를 보여줄 의지가 크게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치는 역사적으로 제3지대 정당이 대선을 흔들 만큼 크게 흥행한 사례가 많이 않다. 제3지대로서 그나마 파급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정당으로는 이른바 3당합당(민정계, 민주계, 공화계)으로 창당했던 민주자유당 내에서 당권 경쟁을 하다 공화계의 수장 김종필 총재를 중심으로 공화계 인사들과 함께 탈당 후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있으며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정동영 등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의 인사들과 천정배 전 국민회의 대표, 박주선 통합신당 창준위, 손학규 전 대표 등이 참여하며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있다. 사실상 제3지대의 생명은 자민련을 제외하면 생명력은 그리 길지 못했지만, 어쨌든 중도 성향의 국민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한 셈이다.

최근 핫이슈였던 10·16 재·보궐선거가 실시된 영광 군수 재선거에서 민주당의 전통 텃밭이나 다름없는 지역구임에도 당시 민주당의 장세일 후보는 과반을 넘지 못한 1만2951표를 얻어 41.09%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 9683표 (30.71%),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 8373표(26.56%), 오기원 무소속 후보 512표(1.62%) 득표하며, 과반 이상이 민주당을 뽑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몰표에 가까운 득표를 얻을 수 지역구임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지지자의 입장에서 민주당을 뽑지 않는 57%에 대해 보수 세력으로 단정 지을 것인가이다.

필자는 수십 년간 오로지 민주당을 뽑아왔던 유권자들이 일당 독주 체제에 대한 염증과 영광 출신이자 대권 주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팬심이 다른 당 후보에게 분산 이탈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다른 출구나 대안이 없기 때문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과거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의원은 호남 28석 중 23석을 석권하고 정당 비례투표에서 26.7%의 득표율로 25.5%를 기록한 당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까지 제치며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성공할 수 있었던 사례를 보아도 중도를 표방하는 거대 정당이 등장한다면 대안을 찾아 헤매는 중도 표심이 덩달아 요동칠 수 있다고 본다.

그 성공의 핵심에는 ‘위성정당’ 또는 ‘아류 정당’이 아닌 ‘좌우 균형’을 맞춘 정당이라면 국민 여론 추세를 볼 때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대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매우 크다. 대안이 있다면 ‘미워도 다시 한번’이 절대 통하지 않기에 특정 지역에서 오로지 공천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에 대한 경각심도 심어줄 수 있다.

역대 최저율 득표율을 보인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전남에서 무소속 돌풍이 불었던 것도 공천이 당선이라는 사고방식에 대한 염증을 ‘정당보다 사람 보고 뽑겠다’라는 강한 의지가 표출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극단적인 정치 이분법 해석인 양당체제로는 반쪽짜리 민주주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정지역에서의 일당 독주가 그러하다.

이제는 구태적인 정치 이분법 논리에서 벗어나 정치 삼분법으로서 중도의 목소리가 보다 커지길 기원하며 더불어 특정 정당 유권자들의 인식에서도 맹목적 맹신보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할 때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