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순항 중인 가운데 전시해설을 맡고 있는 도슨트들은 어떤 작품을 선호할까. 도슨트는 매일 많은 관람객을 최접점에서 만나면서 작품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만큼 관람객들이 작품에 보이는 관심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이런 사항들을 망라해 도슨트들이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 등 여덟작품을 추천했다.

피터르 브뤼헐 더 아우더의 작품에서 차용한 피터 부겐후트의 작품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1전시실)이 뽑혔다. 이 작품은 잘못된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을 묘사한 브뤼헐의 그림처럼 부겐후트는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욕심을 지적하며 인간과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형상을 폐기물 등으로 제작한 가운데 비극이자 우울함으로 가득 차보일 수 있으나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면 또 다른 삶과 예술이 가능함을 말해준다.

케빈 비즐리 작 ‘현장모듈(신시사이저)’

이어 사운드 설치와 함께 세 점의 테피스트리 작업인 노엘 W. 앤더슨의 작품 ‘흑인 여가를 위한 반론’(2전시실) 및 미국 땅에 살며 이주를 거듭해 20세기 초중반에 도시로 정착한 미국의 많은 흑인 가족에 대한 기록인 케빈 비즐리의 작품 ‘현장 모듈(신시사이저) I·II’(2전시실)가 추천됐다. ‘흑인 여가를 위한 반론’은 영감을 얻은 장면을 따와 태피스트리를 제작하고 영화에서 목사 역을 맡은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목소리에 판소리의 북 리듬을 입혔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으로 제작된 ‘현장 모듈(신시사이저) I·II’(2전시실)는 면화를 뭉쳐 만든 대형 설치 조각 ‘현장 모듈’ 시리즈 다섯 점 중 벽면 설치 작업이다.

비앙카 봉디 작 ‘길고 어두운 헤엄’

또 자신의 질병으로 뇌 스캔을 경험하고 뇌를 형상화한 실리콘 덩어리를 중심으로 두고 이를 자극하는 기계적인 관계로 몸의 역기능을 탐구한 해리슨 피어스의 작품 ‘원자가’(3전시실)가 선정됐다. ‘원자가’는 직관적인 금속 프레임과 기계 구조 안에 있는 실리콘 덩어리가 반응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심장 박동이나 호흡과 같은 신체 리듬처럼 느껴지며, 멀찍이 떨어져 10개의 구조물이 만드는 군무를 감상할 수도 있고, 작품 사이를 거닐면서 작품의 세세한 움직임에 집중해 볼 수 있다.

하십 아흐메드 작 ‘주식 날씨III’

여기다 소금물을 이용한 화학 반응을 이용하고 여기에 일상적인 사물을 대치하여 극적인 두 세계를 연결하는 비앙카 봉디의 작품은 관람자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 비앙카 봉디의 작품 ‘길고 어두운 헤엄’(4전시실)과 인간 정신과 자연 세계 사이의 연결을 시도하는 주라 셔스트의 작업은 자연과 소통하던 고대의 전통을 수행하는 영상 속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주라 셔스트의 작품 ‘초심자 III: 가장 짧은 밤의 전야’(4전시실) 또한 포함됐다. ‘길고 어두운 헤엄’은 하얀 소금 사막 위에 이상한 액체로 채워진 연못이 있고, 이 불투명한 연못 속에는 식물이 자라나며, 연못 주변으로 색색의 헝겊 흔적으로 남은 시체 다섯 구가 발견된다. 관람자들이 신발을 벗고 올라갈 수 있으며, 관람자들이 현실 너머의 세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초심자 III: 가장 짧은 밤의 전야’는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 모인 8인의 벨라루스 난민으로 분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슬라브족의 전통 하지 축제 ‘쿠팔라’를 재현한 것이다.

‘2024 비엔날레’ 포스터

이밖에 작은 오브제로 연결된 소우주를 상징해내고 있는 미미 박의 작품 ‘발광하는 우리’(5전시실)와 지난 10년간 바람과 물의 유체 역학 연구를 작품에 적용하는 작업을 해온 하십 아흐메드의 작품 ‘주식 날씨III’(5전시실)이 볼만한 작품으로 거론됐다. ‘주식 날씨III’은 축소한 콜로세움 같은 구조물에 올라서면 둘러싸인 곡선형 모니터에 주식 거래소의 데이터 속 숫자가 오르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