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혁신이 청년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청년농업인이 있다.

그들은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환경친화적인 농법을 실천하며, 농업을 새로운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흐름 속에서 청년농업인들이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업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는 현상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문제로, 그들의 꿈과 가능성을 잃게 만드는 아픔을 동반하고 있다.

특히, 전남은 농업의 중심지로서, 청년농업인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국 농가인구 중 13.3%를 전남이 차지하며 경북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경지면적에서는 18.1%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농업이 주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전남에서 청년농업인 육성은 필수적인 과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통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를 국정 과제로 삼고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을 목표로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2019년 214억 원에서 2023년에는 957억 원으로, 지원 대상도 1600명에서 5000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대와 30대 농가인구는 2019년 20만 2408명에서 2023년 14만 8435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단순히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은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전남의 경우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 선발인원(국비 공모)이 2021년 282명에서 2022년 326명, 2023년 607명, 2024년 792명으로 급진적으로 늘어난 바 있다.

1년 차에는 110만 원, 2년 차는 100만 원, 3년 차에는 90만 원으로 3년 동안 단계적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청년농업인 지원사업이 실제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지원금을 받더라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원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스마트팜과 같은 고난이도 농업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 시설 자금과 신(新)지식이 필요한데, 필수 교육 시간만 채우고 지원금을 받는 것이 전부인 점은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 지원 종료 후에는 빚만 남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또한 초창기 3년 정도만 지원하다 보니 실습할 기회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청년농업인이 시행착오를 통해 몸소 배우며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기간을 제공하는 등 체계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청년농업인들은 계속해서 농업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청년농업인을 위한 정책은 숫자 늘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들이 실제로 농업에 정착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며, 농업의 미래를 위해 실질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청년농업인 육성은 단순한 숫자 증가가 아닌, 지속 가능한 농업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투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농업의 혁신이 공염불이 되지 않고 청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정책의 명(明)과 암(暗)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때이다.

정부는 현 상황을 직시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청년농업인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만 고령화된 농업 인력 구조도 개선할 수 있으며, 청년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전남의 푸른 들판과 끝없이 펼쳐진 농경지에 청년들의 꿈과 희망이 가득 차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