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정한의 세계를 표현한 채색화의 대표작가로 평가받는 전남 고흥 출생 천경자(1924∼2015)의 화백의 탄생 100주년(11.11)을 기리는 전시가 마련된다.

‘찬란한 전설, 천경자’라는 타이틀로 마련된 천경자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은 11일 개막, 오는 12월 31일까지 고흥분청문화박물관과 고흥아트센터에서 고흥군 주최로 열린다.

총 3개의 테마로 진행되며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서 열리는 주제전시는 주요 작품으로 ‘탱고가 흐르는 황혼’, ‘만선’, ‘화혼’, ‘굴비를 든 남자’, ‘아이누 여인’ 등 채색화 36점, 드로잉 34점, 유품 25점, 아카이브 30여 점 등 총 120여점이 출품돼 관람객들을 만난다. 이번 전시에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저서, 화집, 단행본, 팸플릿 자료를 대여했고 수필과 기사 등 디지털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과 작가 유품도 만날 수 있다.

이어 고흥아트센터에서는 공모로 선정된 청년작가 82명이 천경자를 기리며 각자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천경자 화백의 둘째 딸인 수미타 김(김정희)이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천경자 화백이 졸업한 고흥공립보통학교 3년 선배로 기록된 임길례를 모델로 그린 ‘길례언니’ 시리즈 중 ‘길례언니 Ⅱ’를 비롯해 여동생 ‘옥희’를 모델로 한 ‘여인 스케치’, 1955년 미협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100호 크기 ‘정(靜)’, 짙푸른 색의 석채를 사용해 작가가 즐겨 썼던 군청색이 두드러지는 1960년대작 ‘굴비를 든 남자’, 1970년대 말의 대표작 ‘탱고’ 등 작가 화풍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1956년 국전에 출품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120호 크기 ‘제주도 풍경’은 수십년간 전시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작가가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1969년 늦가을∼1970년 봄에 그린 것으로 보이는 유화 중 ‘누드’는 1970년 귀국전에서 소개됐지만 이후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들 작품을 포함해 천경자와 돈독한 사이였던 박경리 작가 등 지인들이 보낸 편지들, 자서전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의 삽화 ‘유리상자 안의 뱀’ 등 각종 삽화까지 만날 수 있어 모처럼 천경자의 회화세계의 정수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천경자 화백은 고흥군·읍 서문리 출생으로 고흥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로 유학, 광주에서 공립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현 동경여자미술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외할아버지를 그린 ‘조부’와 외할머니를 그린 ‘노부’가 연달아 입선하며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환상적인 세계관을 결합시킨 짙은 색채의 채색화로 전통적인 한국화를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991년 일어난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으로 말미암아 그녀의 창작활동은 파탄을 맞게 된 이후 절필을 선언하고 도미했다. 얼마 뒤 귀국해 1995년 호암갤러리에서 귀국전을 열었으며 1998년 건강이 나빠져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1998년 9월 다시 돌아와 서울시립미술관에 채색화와 드로잉 93점을 기증했다. 미국으로 떠난 뒤 그의 그림은 가격이 치솟아 2003년 호당 1000만원을 돌파했으며, 2003년 기준 호당 4000만원을 호가했다. 2016년에는 작고 1주기를 맞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증작품을 중심으로 한 추모전이 진행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