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시장이 열리길 기다리며 길게 늘어선 행렬, 국내 아트페어들이 대부분 4일 정도 진행되는 데 반해 단 3일 동안 진행된 아트자카르타의 열기는 그야말로 내내 뜨거웠다.

지난 10월 4일에서 6일까지 금,토,일 3일 내내 많은 사람들로 페어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필자도 처음 참여하는 해외 아트페어인지라 긴장감과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 두 곳의 입구 중 VIP입구 바로 옆 위치한 부스 위치 덕분에 페어장을 들어서는 사람들이 바로 들어올 수 있었다. 국내의 갤러리는 6곳, 인도네시아를 포함 대부분의 갤러리가 아시아의 갤러리였다. 그야말로 아시아의 현대미술시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국내의 미술관이나 대형 화랑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해외 전시의 작품들과 다른 분위기가 바로 느껴졌다.

아트자카르타의 가장 인상 깊었던 첫 번째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추구했다. 전 세계 미술의 흐름 속에 서구미술의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게 아닌 스스로의 정체성에서 답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외 동남아시아를 주축으로 한 많은 갤러리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모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치적, 사회적, 지리적 상황 등 이들의 시대와 문화를 반영한 작품들과 아트바젤 등에도 참여한 바 있는 유명 작가들까지 예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목소리를 내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기류에서 광주의 갤러리인 <예술공간 집>에서 선보인 작가들에 많은 컬렉터, 미술관계자, 관객들이 주목해 주었다. 참여 작가 9인은 대부분 광주, 전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비교적 많이 선보이지 않았던(혹은 못했던) 작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양날의 검과 같이 많이 소개되지 않은 아쉬움은 작품의 신선함, 열정, 진지함 등으로 표출되었다. 아트자카르타가 지향하는 아시아의 현대미술처럼 광주의 작가들은 광주의 시대성과 문화 등을 기반으로 광주의 현대미술을 하는 작가들이라 할 수 있다. 조금은 더 진지하고 다양하고 깊은 울림을 주며, 여기에 더해 미술시장에서 그다지 선보이지 않았기에 신선함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었을까. 페어 기간 동안 자카르타의 현지 교포에 의해 예술공간 집이 소개되며 3일 내내 많은 한국인들도 찾아주었다. 자카르타에 첫선을 보이는 작가들과 광주의 갤러리를 인상 깊게 봐주었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다양성 아래 광주 현대미술의 다양성 또한 충분히 제 몫을 보여줄 수 있으리란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두 번째 인상깊었던 부분은 아트페어의 운영이 끌어내는 분위기였다. 총괄 디렉터인 톰 탄디오는 사업가이자 컬렉터이다. 아트자카르타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많은 기업의 후원, 국제적 컬렉터들의 방문, 참여작가, 일반관람객 등 모든 이들이 축제처럼 아트자카르타를 즐겼다. 페어 행사장 밖에는 인도네시아의 먹거리와 풋풋한 청년작가들의 플리마켓과도 같은 캐쥬얼한 부스들, 그야말로 근사하게 꾸며진 VIP라운지까지 자카르타를 찾는 많은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에 충분했다. 작품을 사고 팔지 않는 사람들까지 모두 3일을 즐길 수 있도록, 다음에도 또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는 아트자카르타에 머문 모든 이들이 보여준 예술에 대한 애정이다. 몇 번이고 예술공간 집 부스를 방문해주는 분들도 있었으며,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들도 다양했다. 호주에서 온 사업가, 프랑스인 기업가, 발리에서 온 관람객 등 다양한 분들이 작품을 구매했다. 광주의 작가들을 주의 깊게 보며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주었다. 작가의 유명세를 보는 게 아닌 작품에 집중하고 컬렉을 결정하였다. 지역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기에 이 지점이 가장 반가웠다. 함께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더욱 널리 알리고 발전시켜 나가는 길, 따라가지 않고 굳건히 여기 광주의 멋진 예술을 보여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