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 출생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모티브로 한 장편 ‘꽃잎처럼’(전 5권) 등 선굵은 작품들을 꾸준하게 발표해온 박혜천(필명 박혜강) 소설가가 조선대 병원에서 지병으로14일 낮 12시32분께 별세했다. 향년 69세.

박혜강 소설가는 조선대를 졸업한 뒤 대한석탄공사에 재직하다 글에 전념하기 퇴사한 뒤 1989년 무크지 ‘문학예술운동’ 제2집에 중편소설 ‘검은 화산’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생전 장편 ‘젊은 혁명가의 초상’을 비롯해 ‘검은 노을’, ‘다시 불러보는 그대 이름’, ‘안개산 바람들’(上·下), ‘운주’(전 5권), ‘도선비기’(2권), ‘조선의 선비들’(2권), ‘매천 황현’(2권), ‘꽃잎처럼’(전 5권) 등을 남겼다. 1991년 ‘제1회 실천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검은 노을’은 사회 변혁의 세계관에 기초해 현실의 모순을 이해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인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국내 최초로 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끌어들여 문제화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더했다.

특히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한 작품들 중 2010년 자음과모음에서 펴낸 장편 ‘꽃잎처럼’(전 5권)은 광주민주화운동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등 국내 최초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본격화시킨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장편은 ‘5월 정신’은 독재에 대한 투쟁만이 아니라 대동정신을 바탕으로 나눔의 미학과 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는 가운데 광주정신이 광주라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의 정신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 장편은 작가만의 수려하고 치밀한 문장과 견고하고 밀도있는 구성을 보여줬다.

이에 앞서 2001년 이룸에서 나온 ‘운주’(전 5권)는 역사와 종교, 병법, 전통무예, 복식 등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역작으로 꼽힌다. 불가사의한 화순 운주사의 천불천탑에 작가만의 문학적인 상상력으로 복원시켰다. 수시로 답사를 거듭하며 사실적인 역사를 바탕에 깔고 소설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마무리한 작품이다.

또 2016년 문학들에서 출간한 ‘제5의 숲’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따로 없는 생로병사의 숲에서 죽음과 맞선 사람들의 치열한 생존기이자 인간에게 끊임없이 치유의 손을 내미는 감동깊은 생명의 숲 이야기를 펼쳤다. 이 소설은 우리 현대사의 격동기인 1979년과 1980년을 관통하고 있으며,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과 5·18민중항쟁이 발발한 시대를 배경으로 암을 치유하기 위해 숲으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소년의 눈을 통해 그렸다.

이외에 산문집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릇 이야기’가 있으며, 제1회 대산창작기금을 받은 환경 장편동화 ‘자전거 여행’과 창작 동화 ‘나도 고고학자’가 있다. (사)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과 (사)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그동안 전업작가로 활동을 펼쳐왔다.

유족은 배우자 임혜숙씨와 자녀 중현(신안 도초고 교사)·다운(경기 포천고 교사)·고운(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씨가 있다. 빈소는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제3분향소에 마련됐다. 발인은 17일 오전 8시30분. 장지는 전남 광양시 진상면 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