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비엔날레 출입기자를 맡아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참여작가 발표라는 게 있다. 매 전시마다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간다. 전시 때까지는 작품의 이미지가 없기에 해당 작가가 기존해 해왔던 활동 사진이나 작품이미지를 제시한다.

그러다보니 막상 전시가 개막되면 처음 제공했던 이미지와 완성된 작품 사이 격차가 워낙 커서 의아해진다. 2갤러리에 놓인 성 티우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참여작가 설명 당시 이미지는 전시장 바닥에 철로 된 금속 수직 원통 파이프가 몇 개 놔 있어져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전시가 개막하고 출품된 작품을 접하면 전혀 다른 형식의 작품이 등장해 놀라울 수밖에 없다. 성 티우의 작품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완성된 작품에서는 원통이 모래 사이 사이 파묻힌 채 구멍이 있는 일부만을 공중에 드러내며 서 있다. 이 작품에는 5채널 사운드와 조각 설치, 모래, 파이트, 스피커, 앰프가 쓰였으며 60분 연속재생되는 방식으로 가동된다.

성 티우 작가는 원통을 통해 사운드 수압을 실험, 데이터의 간극과 침묵을 면밀히 살핀다.

그리고 정면에 무슨 기호같은 숫자가 새겨져 제시된다. 그 숫자는 애시당초 처음에는 언급조차 안됐다. 자원봉사자에게 물어보니 그 숫자들은 화학물질의 기호를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정확히 알아보니 파쇄 유정에 삽입된 화학물질을 표현한 소리를 방출하는 것을 말한다는 점을 깨쳤다.

그런데 작가는 원통을 통해 사운드 수압을 실험한다고 했다. 청각에서 소리로 된 음악은 청각적 표현이자 개념적 도구가 돼 데이터의 간극과 침묵을 면밀히 살피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더라도 화학물질의 기호와 소리 사이에 구체적 연계를 쉽게 찾기는 어려웠다.

다만 작가는 본질적으로 보여지는 무언가를 환기시키는 한편, 수압 파쇄로 인해 흔들리는 환경과 사회·정치적 풍경의 소리지도로 음악을 변모시킨다고 이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