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서대로 살아봤으면 했네/내용물도 모르고 포장부터 뜯는 삶/반품도 교환도 안 된다는 걸 알 때서야/사는 일이 어렵다는 걸 깨닫네’(‘설명서’ 중)

‘십일 월은 죽은 날들을 조문하는 달/부도 처리된 기억이지만/봄날의 창구를 찾겠습니다/십일 월엔 우리 서로 울기로 해요’(‘11월’ 중)

시인 김완수씨가 최근 본질과 차이를 동시에 아우른 고독한 자기응시를 주제로 펴낸 시집 ‘브라질에 내린 눈’(나무향 刊)에 실린 작품 일부다.

‘브라질에 내린 눈’은 ‘제1부 대체로 맑음’ ‘제2부 대체로 흐림’ ‘제3부 구름 많음’ ’제4부 주의보‘ 등 날씨를 목차로 나열한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이번 시집에서 시의 ‘방랑’을 활용해 깊은 성찰을 통한 자아 완성의 촉진제의 기능을 담았다.

탐험과 여행은 목적지와 목적의식이 뚜렷한 데 비해 방랑은 목표 대상이 모호하고 그 거리도 막연하다. 탐험과 여행이 적극적 활기를 에너지로 하는데 반해 방랑은 부정적 갈등과 수동적 갈등, 불안 등을 기저 정서로 한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김규성 시인은 “시에서는 방랑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부정적 정서를 긍정의 기제로 변환하는 경우, 시 세계의 질과 영토를 심화하고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며 “김완수 시인의 이번 시집이 대표적 사례”라고 평했다.

한편, 김완수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전북 전주시에서 자랐다. 2013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를 비롯해 2014년 제 10회 5·18문학상 신인상에 시, 2015년 광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202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당선 등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꿈꾸는 드러머’와 동화집 ‘웃음자판기’, 시조집 ‘테레제를 위하여’ 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