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으로 수십 년간 개발 행위가 제한돼 수돗물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던 광주 서구 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8일 서구 등에 따르면 광주 서구 벽진동 일대는 지난 1975년 공군 영외 탄약고 부지가 조성되면서 반경 1㎞ 내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공군 영외 탄약고 부지 규모는 서구 금호·마륵·벽진·매월동 일원 212만6805㎡(군사시설보호구역 포함)에 이른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군사기지나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군사작전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국방부장관이 지정하는 구역을 말한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물의 신축·증축 높이가 제한되고 건축물 용도변경, 토지 개간 또는 지형 변경 등을 군 당국과 협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광주시나 서구의 노후관로 개선, 주거환경 개선, 도시 환경 정비사업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배제되면서 주민들은 50여년 가까이 낙후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실제로 상수도관이 설치되지 않은 벽진마을 100여 가구 중 30여 가구가 물탱크에 보관된 지하수를 사용하며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수도 펌프를 이용해 물을 끌어다 써야 하는 탓에 한 달에 부과되는 전기세가 수십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이 1t당 400원씩 분담하고 있지만 주민 대부분이 80대 이상 고령이라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더구나 도시정비사업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하면서 노후된 지하 우수관로가 터지면 수도 펌프가 계속 돌아가면서 전기세와 수리비용 등 수백만원의 비용이 지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민들은 광주시나 지역구 의원에게 민원도 넣어봤지만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어쩔 수 없다’, ‘지원 근거가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외에도 해당 구역의 용적률이 20%에 불과해 6명이 49.58㎡(15평)에서 쪽방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 이들의 고통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안형주 서구의원은 광주·전남 최초로, 개발 행위가 제한된 군사시설보호구역 거주민을 지원하는 조례를 발의했다.
‘광주 서구 군사시설보호구역 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안’의 골자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복지 증진을 위해 구청장이 주민의 생활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곽희성 벽진마을 통장은 “그간 우리 마을 주민들은 지역의 무관심 속에서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고통을 받아왔다”며 “이번 조례 발의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물꼬를 텄다고 생각한다.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줘 고마울 따름이다”고 전했다.
안형주 의원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으며 살고 있다. 장기간 조례를 준비해 결실을 앞둔 만큼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주민 곁에서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