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육묘는 농작물 생산의 기초단계로 모종을 기르는 일은‘절반농사’라고 할 정도로 육묘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다. 식물의 초기 발육 단계는 전 생육 주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특히 시설채소 재배에서는 묘의 질이 작물의 생육과 수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최적의 묘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주로 자가 육묘를 통해 필요한 묘를 생산해 사용했지만, 1990년대 이후 시설재배의 확대와 노동력 감소로 자가 육묘가 어려워지면서 육묘 안정생산에 힘쓰고 있다.

특히 채소 재배 농가의 경우 육묘장에서 묘를 구입하는 비중이 70%까지 올라가는 등 유묘 재배에서 육묘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고품질 유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유묘의 품질관리는 재배자 몇 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공정육묘의 확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공정육묘란 체계화된 묘생산 시설에서 규격화된 묘를 연중 계획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말하며, 공정육묘의 확산을 위해서는 자동화와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공정육묘 산업이 처음으로 시작된 곳은 미국이다. 1960년 육묘 전용 포트로‘플러그 트레이’가 개발됐고 이를 통해 모종의 상업적인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후 플러그 육묘는 1980년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1992년 최초 전문 육묘업체 설립과 함께 농촌진흥청에서 공정육묘 개념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복합환경제어 시스템, 로봇 기술 등의 혁신이 육묘 산업에 접목되어 자동 파종·접목 로봇이 도입되는 등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는 일부 기업들이 수직농장과 같은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육묘업체의 평균 매출이 1.5억원 미만 소규모 업체가 79%로 영세해 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남농업기술원은 지난 2021년부터 산학연 협력 연구로 육묘 자동화 및 규격묘 판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육묘 자동화를 위해 올해 말까지 육묘 이송 및 본상관리, 육묘 전 단계 관리 시스템 등 6종의 육묘 자동화 장치 산업화에 나섰다.

또 규격화된 유묘의 품질관리를 위해 고추·토마토·상추·청경채에 대한 출하묘 기준을 마련하고 이미지를 통한 육묘 생육 자동계측 및 예측을 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지역 육묘장에 적용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공정육묘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첫째, 육묘장 내 맞춤형 자동화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많은 육묘장이 노후화돼 있어 육묘장 규모에 맞춰 적용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고품질 우량묘 생산을 위한 작목별 품질관리 기준이 필요하다.

육묘는 계절과 육묘장마다 생육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춘 품질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육묘 생산자와 수요자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생산단계별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시설채소 육묘 자동화 기술의 발전은 육묘 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연중 체계적인 유묘 생산 및 품질 관리로 생산자-소비자간의 신뢰도가 향상되며, 육묘 산업 확대로 일자리 창출과 농가 노동력 절감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함께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육묘 시설 맞춤형 자동화 시스템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로 확산될 수 있으며, 3세대 스마트팜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현장 적용을 통해 공정육묘 기술이 더욱 발전해 국내 시설채소 육묘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