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 출생 박현덕 시인이 제10시집 ‘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문학들 刊)를 최근 펴냈다.

절제와 율격이 돋보이고 있는 시인의 시편들은 시인의 시선이 바깥이 아니라 내면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시 ‘저녁비’에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저녁 내내 창문을/누군가 두드린다//밤이 더 깊을수록/어머니가 생각나/무릎이/바스러진 생,/절며 가는/빗줄기’라고 노래하는 점이 이를 잘 뒷받침한다 할 수 있다.

특히 시인은 그동안 소외된 삶의 현장을 중심으로 투철한 사회의식을 투영해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데 이번 시집에서는 ‘세상일 망했다고 무작정 차를 몰아/와온해변 민박집에 마음 내려 놓는다/나는 왜 춥게 지내며 덜컹덜컹 거렸지’라고 하는 시 ‘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 1-노을’을 읽어보면 바깥의 풍경을 매개로 내면의 상처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을 직감할 수 있다.

바다는 그 ‘상처가 터져 걸어온 길’을 적시고 하늘은 ‘미친 바람처럼 물고 또 뜯고 있’다고 바라본다. 여행 시편이지만 기실 그것은 상처깊은 시인의 내면 풍경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상처의 연원을 이번 시집에서 읽어 내기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향후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인이 이제 인생이라는 우물을 들여다보는 나이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시 ‘오래된 우물’에서 시인은 ‘어둠이 깊어지면 푸른 기억 다시 자라/우물 안 추억 조각 건져 내는 밤결에/혼자서 울음을 참다 혼절해 잠이 들고’라고 읊는다.

이번 시집은 진도, 목포, 여수 등 남도의 곳곳을 떠돌며 쓴 60편을 총 3부로 나눠 실었다.

고재종 시인은 표사를 통해 “박현덕의 이번 시편들은 남도의 곳곳과 자연 만유에 마음의 발자국이 찍힌다. 그 마음은 외로움, 그리움, 슬픔, 아픔, 쓸쓸함, 절망, 기억, 눈물, 적막 등등의 상처인 바, 그 상처에 의해 풍경은 재구성된다”고 평했다.

박현덕 시인은 1987년 ‘시조문학’에 추천이 완료되고,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부분과 199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겨울 삽화’와 ‘밤길’, ‘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 ‘스쿠터 언니’, ‘1번 국도’, ‘겨울 등광리’, ‘야사리 은행나무’, ‘대숲에 들다’, ‘밤 군산항’을 선보인 바 있으며, 중앙시조대상과 김만중문학상, 백수문학상, 송순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 다수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