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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광남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을 통해 문단에 데뷔한 저자 평론가 김상범. |
올해 광남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을 통해 문단에 데뷔해 문학적 글쓰기에 본격 뛰어든 김상범씨가 그 주인공으로, 절대 전쟁이 현현하는 세계를 관망한 ‘전쟁인문학’(씨아이알 刊)을 최근 펴냈다. 신춘문예 당선 전에 ‘들뢰즈의 이념적인 놀이’ 등 다수 철학서를 펴낸 장본인이다.
이처럼 이미 철학저술가로 꾸준하게 활동해온 그가 이번에는 흔한 인문학이 아닌, 전쟁을 주제로 한 인문교양을 인문학적 서사를 근간으로 독자들에게 이로운 정보와 논리가 가득한 알짜배기 내용들을 담아낸 것.
신춘문예 등단 후 7개월여 만에 펴낸 인문학서여서 그의 꾸준한 창작의욕과 글쓰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본보 신문문예 당시 ‘모름의 형이상학-서이제론’으로 당당히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조형래 교수(문학평론가·광주대)는 발군이라는 말로 대변했다.
조 교수는 그의 평론에 대해 “들뢰즈를 중심으로 한 서양 철학·비평이론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서이제 소설의 중요한 특징과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규명해 내고 있었다”면서 “문제의식 및 논의를 위해 필요한 개념을 설정하고 밀어붙이는 강단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간명한 문체 역시 돋보였다”고 평한 바 있다.
저자의 글쓰기는 날개를 단듯 보인다. 철학 저술을 중심으로 하지만 문학서를 철학적 시각으로 분석해 평소 머리아파서 안 들여다보게 마련인 분야에 대해 쫄깃한 상상력이 투영된 인문학적 사유들을 과감하게 던진다.
저자는 서구 전쟁 이론서의 고전인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필두로 그의 영향을 받은 르네 지라르, 칼 슈미트, 들뢰즈와 가타리 그리고 들뢰즈와 가타리의 전쟁 이론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사상가인 피에르 클라스트르와 폴 비릴리오에 대해 다룬다.
먼저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유명한 말이 그 함의와 맥락이 지워진 채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의 이론들을 짚어 본 뒤, 르네 지라르가 폭력적 상호작용의 관점으로 해석한 클라우제비츠의 한계는 무엇인지, 법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칼 슈미트의 사상이 전쟁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살펴본다.
이어 폴 비릴리오를 통해 속도가 정치와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그리고 정치 인류학자인 피에르 클라스트르의 사상을 통한 전쟁의 목적과 본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전쟁 기계 개념을 통해 전쟁의 본질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실천돼 온 세계평화라고 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의 시대가 끝나 가면서 다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발발하고 있는 세계사적 상황에 대해 주목한다. 이를테면 이미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외에도 중국과 타이완의 긴장 관계 및 남북한 대치 긴장 국면 등 언제라도 전쟁에 휩싸일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재인식한다.
저자는 이런 상황 가운데 과연 전쟁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면서, 클라우제비츠를 필두로 한 서구 사상가들의 인문학적 논의를 총체적으로 정리한다.
전쟁에 대한 본격적이고 철학적인 분석이 담긴 이 인문교양서는 ‘힐링 인문학’의 수준을 넘어 삶과 세계를 근원적인 층위에서 고찰해 보고 ‘전쟁’과 ‘평화’라는 이분법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우크라니아에서 전쟁이 발발해 미국에 의한 평화가 사라지는 시대,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인문학적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인문학적 탐구의 출발선에서 자주 거론되는 클라우제비츠인데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또 그에게 영향을 받은 칼 슈미트와 들뢰즈, 폴 비릴리오 등에 대해 다뤘다”고 언급했다.
저자인 김상범 평론가는 서울 출생으로 포항공대 수학과와 연세대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 단행본 ‘현대철학과 코뮤니즘’, ‘기호와 현대철학’, ‘보드리야르 연구’, ‘철학은 주사위 놀이다’ 등을 선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