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연고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최만길 작가(갤러리 자리아트 대표·활동명 토마스 최)가 제9회 개인전을 26일 개막, 오는 7월 1일까지 서울 인사동 이즈갤러리에서 ‘나만의 풍경’이라는 타이틀로 갖는다. 출품작은 추상 그 자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산과 바다풍경을 담은 반구상 120호 1점과 80호 4점 등 총 35점.

전시 타이틀인 ‘나만의 풍경’은 추상의 형태를 지향하지만 반구상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켜켜이 화면에 쌓여져 나타난 마티에르(심미성)에의 질감을 통해 작가 자신이 경험하고 겪어온 삶의 흔적들이 표출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추상은 요란하기보다는 고요하고 차분한 형태를 구현해 화두를 제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서양화와 한국화 및 조각을 하나로 잇고자 한 작가의 사유들이 투영되고 있다.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화두로 내세워 조각 활동을 펼쳤던 것처럼 재료로 한지를 선택해 인간과 자연의 만남이라는 소신을 구체화시켰다.

그는 종이와 관련해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지는 우리 전통이 깃들어 있는 지류(紙類)이다. 나무의 속성이 묻어 있으면서도 물성 자체가 물과 바람에 잘 어울린다는 점만으로도 작품 ‘내면의 풍경’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스쳤다”고 밝힌 바 있다.

최만길 작 ‘나만의 풍경’ 연작

또 한지를 통해 전통을 호출하고 현대의 미감을 접목하고자 시도했던 듯하다. 한지는 어느날 갑작스럽게 작업 아이디어의 확장을 꾀하고 있던 그에게 하나의 돌파구처럼 다가왔다. 작업실 인근의 한 서예원에서 연습하고 버려진 한지를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그것을 챙겨 자신의 작업 속으로 불러들였다. 작업의 동인을 찾은 셈이다. 그는 이 한지를 찢어 콜라주를 시도하거나 젖은 상태에서 한지를 밀어내거나 스크래치(긁는 기법)와 같은 데, 콜라주(풀로 붙이는 기법)를 시도하면서 그 위에 다시 먹이나 색을 올리는 등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거듭한 것이다. 그렇게 오늘날 그가 구사하는 조형적 언어가 구축된다. 그리고 한지의 물성에 주목했다. 그후 평면 위에 요철(凹凸)을 만드는 릴리프(relief)와 같은 부조적 화면을 만드는 방식을 구현해낸 것이다.

부조적 화면은 그의 작품의 대표적 특징이다. 다만 계곡에서 산과 바다 풍경으로 확장한 자리가 이번 전시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이에 대해 “추상에서 출발한 그는 구상과 맞물린 비구상 화면으로 변주한다. 여기에 캔버스와 한지가 올라선 패널 모양을 둥근 원 모양으로 만들거나 변형한 쉐이프트 캔버스를 통해서 작품이 단순한 물리적 풍경이 아닌, 체험적 기억으로 견인하는 마음의 풍경, 즉 ‘심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평한다.

전시 전경

작가는 풍경의 재현보다 매체의 질료감을 강조하는 표현의 방식을 선호한다.

최만길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순수미술학과를 졸업, 개인전 8회와 단체전 300여회에 참여했으며, 광주시미술대전 대상과 전라남도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조선대 미술대학 조소과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고, 현재 광주비엔날레 이사를 맡고 있다.

‘제2회 화랑미술제 인 수원’(27∼30일)에도 ‘나만의 풍경’ 연작 8점을 출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