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치에 익숙하고도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 3월 11일 더불어민주당이 야권 연합 비례대표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사실상 재추천을 요구했고, 그에 시민사회가 추천하고 국민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들이 사퇴, 혹은 컷오프 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나 인권운동가였던 한 후보의 과거 양심적 병역기피 이력을 문제 삼아 컷오프 한 행태는 ‘당대표 입맛대로’가 이번 경선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작동했는지 엿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떤 이들은 민주당은 이길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분노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거칠게 표현하면 민주당의 이번 선거 목표는 친명 체제의 안정화뿐일 거라는 생각이다.

동시에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반윤석열’이라는 구호 아래, 시민사회 대표라는 이들이 연합정치 시민회의를 구성하고 본격 비례대표용 정당을 건설하며 원내 진입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물론, 이 연합정치에 함께하는 분들의 운동과 역사를 존중하며 나는 연합정치라는 방식이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라는 목표를 위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시민사회가 무엇이냐는 회의적인 질문도 들었다.

필자는 운동의 정치세력화에 긍정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의회 담벼락을 넘어 제도화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운동 사회 본진을 지키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며, 정당과 운동조직이 건강한 관계 설정을 맺고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필자는 이번 시민사회 경선에서 선출된 1번 전지예 후보의 사퇴는 전형적으로 주류 시민사회 세력들이 민주당과 관계를 맺어온 방식이었다고 본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3월 11일 지지 정당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22%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성별과 세대로 분석했을 때 반응이 크게 엇갈린다. 20대는 3%, 30대는 15%였고 이들의 핵심 지지층은 40~50대다. 별도의 분석이 필요 없는 당연한 결과다.

조국 대표는 과거 자녀의 입시 비리 논란이 있었고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2심에서 징역 2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어떠한 영웅심리에 취해있는 그와 지지자들을 보고 있자니, 3%도 너무 높게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돌풍이 아닌, 일종의 종교가 돼버렸다. 종교의 시작은 서초동이다. 당시 서초동의 촛불들을 보며 필자는 계급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이기 깨달았다. 깨어있는 시민들도 스스로 특권 앞에선 잠든 시민들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서초동의 촛불이 되고 조국이 됐다.

그래서 조민과 정유라가 다르지 않다. 그 둘은 오직 각자 부모의 진영만 달랐을 뿐, 불평등이 만들어 낸 키즈들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똑같다. 그렇기에 20대 지지율 3%를 놀랍지 않다. 조국이 과거 왼쪽에 좀 가까웠다는 이유로 이 모든 게 용납이 되는가? 조국은 기득권에 틈을 내고 권력에 저항하는 삶을 살았다. 그의 발자취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동시에 그는 입시 비리, 감찰 무마 등도 저질렀다. 이 또한 명백하다.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누군가는 조국에게만 너무 가혹하다고 말한다. 조국은 평생을 평등한 세상을 외쳤다. 그것이 그를 민정수석까지 오르게 했으며 꽤나 명예로운 중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다른 일상을 살았다. 인간은 다면체이기 때문에 명과 암이 존재한다지만 신념과 일상이 심각하게 괴리된 삶을 살아온 것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지금이라도 본인의 삶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면 적어도 정치는 하면 안됐다. 교주가 돼버린 개인을 보고 있자니 이보다 더 한 코미디가 어디 있나 싶다. 정치에 어떠한 기대를 할까?

MB정부, 박근혜 정부가 탄생하던 시기, 청년층의 탈정치 성향을 비판하는 이른바 ‘20대 개새끼론’ 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었다.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들이 생존에만 몰두하니 세상이 요지경이 된 것은 다 청년들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그에 비하면 요즘 청년을 이야기하는 MZ세대는 많이 발전한걸까? 그러나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에어팟을 귀에 꽂고 소통하지 않는, 개념 없는 젊은것들. 그러나 지난 20대 총선에서의 20대 투표율은 49%에 달했으며, 21대 총선에서는 68%에 달했다. 야당이던 민주당은 원내 제1당이 됐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청년을 향한 힐난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2021년 청년 체감 경제고통지수는 27.1% 사실상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던 2023년에도 25%를 웃돌았다. 전 세대 통틀어 최고치다. 고용률은 어떤가, 지난 1월 15~29세 광주 청년 38.9%로 전국 평균 46%를 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리고 광주시가 발표한 일자리 대책 종합계획(2023~2026)에 담긴 청년 일자리는 20만개 중 총 3305개로 이는 전체 일자리의 1.65%다. 자, 이제 누가 나쁜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