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2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는 KIA타이거즈 사이드암 박준표(28)가 올 시즌을 돌아봤다.

올해 그의 활약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불펜의 핵심’이다.

홍상삼, 박준표, 전상현, 문경찬으로 이어지는 일명 ‘홍-박-전-문’이라는 별명으로 7회를 책임졌다. 특유의 싱킹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가 절묘하게 들어가면서 6월 17일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0.96)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즌 중반 부상을 입으면서 한 달 가까이 1군에서 이탈했으나 복귀 이후 다시 두둑한 배짱투를 선보였다.

그 결과 올해 50경기 51.2이닝 7승 1패 11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ERA) 1.57 등을 기록했다. 205타자를 상대하며 피안타율은 0.211,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95에 불과하다. 볼넷은 8개에 그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고 삼진은 44개나 잡았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났다.

터프 상황(1점 차에 주자가 한 명 있거나 2점 차에 만루 상황 등)에서 4홀드, 1세이브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는 한 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또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은 0.268이지만 득점권 위기 상황과 주자 출루한 경우에는 집중력이 더 발휘, 피안타율은 각각 0.214, 0.155로 뚝 떨어진다. 상대 주자가 3루에 있거나 2, 3루에 있을 때 점수를 내준 적은 한차례도 없다. 볼카운트가 풀 카운트(3볼-2스트라이크) 등 불리한 상황에 몰리더라도 피안타율은 0.125에 그칠 정도로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올 시즌 박준표는 2.63의 WAR(승리 확률 기여도)을 기록, KBO 전체 구원투수 중 2위에 이름을 올렸다. 50이닝 이상 소화한 구원투수 중에서는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프로 데뷔 이후 8년 만에 커리어하이다.

최고 성적의 비결로 ‘마음의 여유’를 꼽았다. 그는 “작년보다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면서 “상대 타자의 움직임이나 상황별로 무엇을 노리는지 느껴져 똑같은 직구를 던지더라도 높낮이를 다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성적뿐만 아니라 박준표에게 있어 올 시즌은 다양한 경험을 해본 해다. 전반기 내내 필승조로 나섰던 박준표는 주전 선수들의 이탈·부상 등 공백으로 후반기 마무리 투수까지 소화했다. 팀 내 핵심 선수로 성장하면서 우쭐해질 법도 했으나 오히려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7·8회에 등판할 때와 마무리로 등판할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 퀵모션, 구위 유지 등 보완해야 할 것이 아직 많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성적은 최고지만 몸 상태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시즌을 치르기 전부터 손가락 인대 등이 좋지 않았고 계속 투구를 하다 보니 구위가 나빠졌다. 이후 투구 폼이 바뀌면서 팔꿈치 뒤쪽이 불편하거나 무겁기 일쑤였다.

그는 “성적은 좋았지만 올 시즌은 좋은 컨디션으로 공을 던져본 적이 거의 없다. 힘든 시즌이었다”면서 “그래도 시즌을 잘 마무리해 다행이다”고 고백했다

박준표는 이제 내년 시즌을 생각한다. 그는 “2점대 방어율과 포인트 30(승리·홀드·세이브 포함)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마무리훈련 뒤에는 필라테스, 배드민턴 등으로 좋은 몸을 만들겠다.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