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녹색도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이다
김중태 광주나무병원장
입력 : 2026. 08. 10(월)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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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태 광주나무병원장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행정구역을 넓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통합특별시는 대한민국 지방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녹색도시’라는 분명한 비전이 자리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 앞에서 도시의 경쟁력은 더 이상 높은 빌딩이나 넓은 도로에서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건강한 숲을 품고 있는가, 얼마나 시민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가가 미래도시의 수준을 결정한다.

오늘날 세계의 선진도시는 녹색을 도시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삼고 있다. 도시숲은 미세먼지를 줄이고 폭염을 완화하며 탄소를 흡수하는 환경적 기능뿐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복합적인 사회기반시설이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는 기업이 투자하고 청년이 머물며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된다. 녹색은 환경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이며 복지정책이고 미래산업 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무등산을 중심으로 영산강과 황룡강, 광주천이 연결되고, 담양의 대숲과 장성 축령산, 화순과 나주의 산림, 순천만과 남도의 풍부한 생태자원이 하나의 녹색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을 도시계획과 연계한다면 세계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녹색도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통합특별시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는 생활권 녹색공간 확대이다. 시민은 국립공원보다 집 앞 가로수와 동네 공원에서 자연을 만난다. 걸어서 10분 이내에 공원과 숲을 만날 수 있는 ‘생활권 녹색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도시공원과 학교숲, 하천변 녹지, 자전거길과 산책로를 하나의 녹색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시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숲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생활권 수목에 대한 정책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도시개발 과정에서는 오래된 나무를 쉽게 제거하고 새 나무를 심는 방식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수십 년을 자란 큰 나무 한 그루는 어린 묘목 수백 그루 이상의 탄소흡수 효과와 생태적 가치를 가진다. 나무는 단순한 조경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이며 시민의 삶을 함께한 공동체의 자산이다.

앞으로는 ‘베고 심는 행정’에서 ‘살리고 관리하는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개발사업 이전에 수목 보전계획을 의무화하고, 보호가치가 높은 생활권 수목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노거수는 정기적인 안전진단과 수목진료를 실시하고, 불가피한 개발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식과 복원을 우선 검토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도시의 나무를 사회기반시설처럼 관리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녹색도시는 시민과 함께 만드는 도시이다. 행정이 나무를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나무를 사랑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학교에서는 생태교육을 확대하고, 기업은 도시숲 조성에 참여하며, 시민들은 마을정원과 골목숲을 직접 가꾸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행정과 전문가, 시민이 함께하는 녹색 거버넌스가 구축될 때 녹색도시는 지속가능성을 갖게 된다.

또한 녹색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야 한다. 도시숲 관리기술, 스마트 산림관리, 수목진료, 정원산업, 산림치유, 탄소흡수원 관리, 기후적응 기술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통합특별시가 관련 연구기관과 기업을 유치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통합특별시는 ‘녹색도시 기본계획’을 최우선 정책으로 수립해야 한다. 도시계획, 교통, 산업, 주택, 하천관리, 공원정책을 따로 추진해서는 진정한 녹색도시를 만들 수 없다. 모든 정책을 녹색축 중심으로 통합하는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 도시를 관통하는 생태축을 연결하고, 권역별 대표숲과 국가정원을 조성하며, 생활권 도시숲을 촘촘하게 확대하는 전략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대한민국 최초의 ‘녹색수도’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행정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의 품격이며, 도시의 품격은 결국 자연과 사람의 공존에서 완성된다. 녹색은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큰 자산이며,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다.

통합특별시가 나무를 심는 도시를 넘어 숲을 키우는 도시, 개발을 앞세우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을 품는 도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행정의 혁신을 넘어 대한민국 녹색도시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역사적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김중태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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