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자백에도 커지는 부실수사 책임론
법정서 성목적 범행 모두 인정…경찰 축소 송치 의혹
증거 확보·이해충돌 관리부실 도마…신뢰 회복 과제
입력 : 2026. 07. 13(월)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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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광주지법 앞에서 시민단체 ‘故 이채원 학생 추모모임’과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조직적 부실수사와 은폐 의혹을 규탄하며 전면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채원양의 유가족(오른쪽)은 “아이를 잃은 것도 견디기 힘든데 경찰 수사가 축소·은폐됐다는 소식에 채원이가 두 번 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흐느꼈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에 법정에서 성범죄 목적 범행을 인정하면서 사건의 실체는 보다 분명해졌다. 그러나 경찰의 초동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를 제대로 확보·분석하지 못한 정황과 수사 관계자들의 증거인멸·유착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시 형법상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혐의를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해 기소했고 장윤기도 법정에서 이를 모두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가 초동수사 단계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족 역시 경찰의 조직적 부실수사와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사건의 전면 재수사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장윤기, ‘성범죄 목적’ 공소사실 모두 인정…경찰 부실수사 논란 확산

성폭력범죄를 목적으로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사건의 계획성과 성범죄 목적이 재판에서 확인되면서 초동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정호)는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윤기의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강간 등 살인’ 혐의 가운데 강간 목적 여부와 관련해 장윤기가 지난 10일 제출한 의견서의 취지를 재차 확인했다.

이에 장윤기 측 법률대리인은 “첫 공판 이후 피고인과 충분히 협의했다”며 “강간 목적을 포함해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장윤기 역시 재판부의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답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이는 장윤기가 성범죄를 목적으로 귀가하던 고교생 이채원(17)양을 미행해 차량으로 납치하려다 저항하자 살해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광주 광산구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귀가하던 이채원 양에게 접근해 차량으로 납치하려다 피해자가 반항하자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제지하던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날 검찰은 범행 당시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잔혹한 범행 장면이 담긴 점 등을 고려해 공개 방청 상태에서 영상을 재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 해당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영상에는 장윤기가 약 15분간 피해자를 미행한 뒤 차량 뒷좌석 문을 열어둔 채 뒤에서 목을 끌어안고 차량에 태우려 하는 장면과, 끝내 피해자를 살해하는 과정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공판에서도 범행 동기와 계획성을 입증할 핵심 증거를 잇달아 제시할 예정이다. 장윤기 주거지에서 발견된 훼손된 리얼돌의 DNA 감정 결과와 범행에 사용된 SUV 관련 영상 등을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

반면 이들 증거 상당수는 경찰 초동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확보·분석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범행 당일 장윤기의 SUV를 수색하면서 확보한 케이블타이를 증거물로 압수하지 않은 채 차량을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반환했다. 이후 장윤기의 아버지가 이를 주거지에 보관했고,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실물을 확보했다.

또 경찰은 장윤기 주거지에서 발견된 리얼돌도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고 부친에게 돌려줬고, 해당 리얼돌은 이후 훼손돼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윤기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시 수사팀장 B경감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으며, 당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수사 관계자들도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광주경찰청 지휘부까지 압수수색하며 윗선 개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광주지검도 수사 상황 유출과 증거인멸 방조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재판을 마친 뒤 이채원 양 측 법률대리인은 “장윤기의 공소사실 인정과 반성문 제출은 양형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반성문에도 구체적인 범행 동기나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고, 성적인 의도와 무관했다는 취지만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7일 오전 10시 광주지법 형사대법정(201호)에서 열린다. 증인으로는 장윤기의 고교 동창과 이채원 양 유가족, 피해 남학생 등 4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유족 “채원이 두 번 죽여”…경찰 전면 재수사 촉구

이날 법원 앞에서는 유족과 시민단체 ‘고 이채원 학생 추모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조직적 부실수사와 은폐 의혹을 규탄하며 전면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채원 양의 어머니는 “채원이의 마지막 옷과 운동화조차 부모 동의 없이 폐기되거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아이를 잃은 것도 견디기 힘든데 경찰 수사가 축소·은폐됐다는 소식에 채원이가 두 번 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처음부터 수사가 잘못됐다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증거가 왜 사라졌고, 왜 부모도 모르게 유품이 폐기됐는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요구했다.

시민단체들도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철저한 재수사와 책임 있는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조직의 이해관계가 진실보다 앞설 수 없으며,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한 책임자를 반드시 밝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초기 수사 실패가 논란 키워”…신뢰 회복 과제

전문가들은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이 법정에서 인정된 만큼 경찰 초동수사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병곤 남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리얼돌이나 케이블타이처럼 범행 목적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단서가 초기에 충분히 확보·분석돼 송치 자료에 반영됐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상당 부분 줄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초동수사와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가족이 경찰 조직에 근무하는 사건에서는 이해충돌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관리 장치와 감시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전국 단위 수사 인력 투입이나 순환보직 등 제도적 보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특별수사단이 국민과 유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진상 규명 결과를 내놓는 것이 훼손된 경찰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제도 개선까지 이어져야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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