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말, 지속해야 할 삶의 언어…관심 커지기를"
영암 출신 조정 시인 편지 모음집 ‘마음’ 엮어
전라도 등 각지 사람 15명 ‘말’로 정체성 탐색
사투리 처한 현실 상기…6월까지 담양서 창작
전라도 등 각지 사람 15명 ‘말’로 정체성 탐색
사투리 처한 현실 상기…6월까지 담양서 창작
입력 : 2026. 02. 13(금)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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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이제라가난 얼굴은 이져불어 졈쥬마는 아멩 오래되어도 한 여름 내내 입엉 다닌 옷, 그 삼베옷은 잘 기억나예. 거기서도 그 옷 입엉 여름을 보내멍 살암신가 마심. 속이 다 비치는 곱닥헌 삼베옷 입엉 이 올레 저 올레를 한들한들 걸어다니멍 살암신가마심.”(제주 소나무의 편지 중에서)
이 멘트처럼 지역공동체를 대표한 사투리의 정체성과 현재 처한 상황을 진단해본 단행본이 나왔다.
고향말로 쓰는 편지라는 부제를 달고 조정 시인이 엮은 편지 모음집 ‘마음’(도서출판 님 刊)이 그것으로 단독 기획으로 출판을 도모했다. 영암 출신인 조 시인은 지난 2022년에 1960년대 전남 영암 지역에서 살던 여성들의 실화를 서사시로 옮긴 ‘그라시재라, 서남 전라도 서사시’(이소노미아 刊)를 펴냈다. 이 시집을 펴낸 뒤 2023년 고향 지역에 자리한 영암도서관 초청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어 전라도 사투리의 중요성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조 시인은 타지에 나가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더 전라도 사람들의 면면한 역사와 강인한 생명력의 표현 매개체이자 광의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삶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전라도말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저자 역시 사투리가 갈수록 그 존재가 위험해졌다고 보는 시각이다. 사투리가 사적 영역으로 내 몰리는 대신 공적 자리에는 표준어가 차지하고 있어 확장성이 완전 가로막힌 것이다. 더욱이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생활 풍습이 다분화가 아닌 하나로 균등해졌을 뿐만 아니라 전파에 힘입은 표준어의 위세 앞에 점점 몸집이 작아지고 있는 것이 사투리가 처한 현실이다.

조정 시인
더불어 필자들은 “표준어로 쓴 편지의 중심이 ‘내가 무엇을 말하는가’에 있다면, 고향말로 쓴 편지의 중심에는 ‘우리가 누구였는가’가 배어 있다”고 말한다. 고향말로 글을 쓰는 것은 감정을 숨기기 어렵고, 말하는 순간 자신의 정서적 위치가 그대로 드러나는 작업이기에 그 과정 자체가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거울’이 된다는 믿음이다. 이 예사롭지 않은 책을 넘기다 보면 독자들은 마치 잊었던 고향을 찾아가듯 아련하고도 아름다운 우리 말글의 매력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 수 밖에 없다.
조 시인은 각 편지 뒤에 붙인 지역말 풀이에서 지역과 말을 띄어 쓰는 것이 맞춤법에 맞지만 이 책에서는 이것 대신 지역과 말을 붙여 하동말이나 진천말처럼 고유명사화했다. 고향말들을 인격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떤 말들은 표준말 띄워쓰기에 맞춰 교정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고향말의 리듬을 살리기 위한 의도였다.
저자인 조정 시인은 서문을 통해 “고향말들이 표준말에 잠식되고 있으며 많이 잊혀졌다. 세계적으로 2주마다 하나씩 부족어와 민족어가 소멸되고 있다고 한다. 결결이 다채로운 문화가 스며든 말, 역사가 깊은 말들의 소멸을 막아서는, 조그만 능동성을 편지로 표현해본 셈”이라면서 “흘러간 시간 속의 정겨움만을 강조해서 현재성을 제거하는 고향말은 지속성이 없다. 이 모음집의 편지들은 고향말을 미래에도 지속해야 할 삶의 언어로 삼았다. 사회의 구조를 돌아보고 사유의 그릇을 넓혀주는 편지글들을 통해 고향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커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표지그림은 광주에서 성장한 조미화씨가 그렸다. 미국에서 출간된 루이스 카딩턴의 ‘Early Years Of a Traveler’와 국문판 ‘양님을 그리워하다-어느 여행자의 어린시절’의 그림을 맡았었다.
조정 시인은 담양 문학레지던스 ‘글을낳은집’(세설원)에 지난해 11월 입주해 오는 6월말까지 머물며 창작에 집중할 계획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