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한 줄 누락’ 전자발찌 무단 외출 무죄
준수사항에 ‘적용 기간’ 빠져…검찰, 대법원 상고
입력 : 2026. 01. 05(월)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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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가 야간 외출 금지 등 법원 준수사항을 어기고 돌아다녔음에도, 판결문에 단 13글자가 빠졌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이 뒤늦게 판결문을 고쳤지만 위법성은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2형사부 김종석 재판장은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8)의 원심인 징역 1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전남 순천과 광양 일대에서 야간 외출 금지 명령을 어기고 주거지를 이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심야 시간대 두 차례 무단 외출했고, 보호관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며 욕설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다음 날 새벽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준강제추행죄 등으로 징역 3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불과 보름 만에 다시 위반 행위를 저질렀으며, 출소 후 5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법원은 그에게 △야간 외출 금지 △음주 제한 △유흥업소 출입 금지 등의 준수사항을 부과했다.

1심 재판부는 “누범 기간 중 반복적인 위반으로 죄질이 무겁다”며 실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판단은 정반대였다.

쟁점은 판결문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중’이라는 문구가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준수사항에 적용되는 기간이 판결문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며 “기간이 특정되지 않은 준수사항은 전자장치부착법상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이 부과한 준수사항 자체가 위법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위법한 준수사항을 어겼다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준강제추행 사건을 맡았던 1심 재판부는 판결문 주문에 누락이 있음을 확인하고 뒤늦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중’이라는 문구를 추가했지만, 항소심은 “사후 보정으로 위법성이 치유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가 법원의 관리·통제 범위를 벗어나 행동했음에도, 형사 처벌이 불가능한 결과가 초래됐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판결문 문구 누락이라는 형식적 하자가 공공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을 무력화할 수 있는지,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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