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포츠를 넘어 삶을 바꾸는 힘, 장애인체육이 이끈 전남의 새로운 도약
임진출 전남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입력 : 2025. 11. 27(목)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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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출 전남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장애인체육은 단순한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삶의 희망과 자립의 상징이다. 경기장에서 흘리는 한 방울의 땀, 한 걸음의 도전이 우리 사회의 편견을 바꾸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일깨운다. 전남도청 파견 공무원으로 장애인체육회 사무처를 맡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장애인체육인들의 끈기와 열정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라는 점이다.

지난 10월 부산광역시에서 열린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전남도는 역대 원정 최고 성적인 종합 7위를 달성했다. 이는 선수단과 지도자, 관계자, 그리고 끝까지 응원해 주신 도민이 하나로 뭉쳐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종합성적만 보더라도 이제 우리는 전국 최상위권을 향한 발판을 굳건히 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성과는 선수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전남도의 꾸준한 투자, 종목별 체계적 지원, 그리고 장애인체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뜻이 깊다.

제45회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정과 감동으로 가득했다. 특히 남자 10km 마라톤 T12 종목에서 김정하 선수의 결승선 질주는 많은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남겼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가이드 러너와 손을 맞잡고 호흡을 하나로 모아 마지막 100미터를 내달렸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하나의 몸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고,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 속에서 두 선수는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과는 금메달이었지만, 그들의 질주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 순간 관중과 심판, 동료 선수 모두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함께 느꼈을 것이다.

또 다른 감동은 여자 좌식배구 경기장에서 피어올랐다. 충남 팀과 맞붙은 결승전에서 아쉽게 세트스코어 2대 3으로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금메달보다 값졌다. 특히 제주에서 매주 비행기를 타고 훈련에 참여하는 박신숙 선수는 “몸은 힘들지만 함께 땀 흘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코트에 서면 아픈 것도 잊게 된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서 진정한 열정과 동료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장애를 넘어선 선수들의 도전과 노력이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그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서로를 향한 응원은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단순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인간 승리가 빛나는 무대였다.

2026년은 전남장애인체육회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 해가 되기 위해서는 올해의 성과를 토대로 선수층의 저변을 넓히고, 전문 훈련 강화와 종목별 맞춤 지원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또한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정착시키고,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훈련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더불어 학교체육과 연계한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의 장애인 국가대표를 육성해 나가겠다.

무엇보다 장애인체육은 행정 지원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지역사회와 기업, 그리고 도민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참여가 함께 수반되어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전남장애인체육회는 도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장애인 선수들의 이야기와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가까이 전하며, 장애인체육이 전남의 자랑이자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는 2026년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강원도 일원에서 열리는 제23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종합 4위 달성을 목표로 출전한다. 동계 종목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단은 매일 훈련에 매진하며 자신감을 키워 가고 있다. 아이스하키와 컬링 등 거의 모든 종목에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계를 넘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땀방울이 전국 곳곳에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장애인체육은 단지 성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자,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약속이다. 전남장애인체육회는 앞으로도 차별 없는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며, 모든 도민이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는 ‘함께하는 체육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선수들의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전남의 미래를 밝히는 빛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현장에서 함께 뛸 것을 약속해 본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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