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가오는 겨울’ 당신의 겨울은 준비됐습니까
김영일 광주동부소방서장
입력 : 2025. 11. 27(목)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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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찾아와도 우리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겨울의 실체는 분명하다. 최근 5년간 전국 화재의 28.2%, 사상자의 31.1%가 겨울에 발생했다. 광주 역시 겨울철 사상자의 비율이 전체의 33.9%로 가장 높다.

매년 평균 179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평균 인명피해는 11.6명, 재산피해는 약 11억50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화재 원인은 부주의(48.3%)가 가장 많았으며 전기적 요인(20.9%), 기계적 요인(14.0%)이 뒤를 이었다. 부주의 유형으로는 담배꽁초, 기기사용 부주의, 음식물 조리, 불씨·불꽃 방치 순이었다.

난방기기 사용 증가와 건조한 환경이 겹치며 작은 불씨 하나도 쉽게 위험으로 번질 수 있는 계절적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은 다른 어느 때보다 ‘준비의 태도’가 중요한 시기다.

이러한 겨울철 특성을 시민에게 알리고자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1948년 7일간의 불조심 주간에서 출발해 15일로, 1980년부터 한 달로 확대되며 지금의 11월이 됐다.

70년 넘게 이어져 온 제도지만, 여전히 11월이 불조심 강조의 달이라는 사실을 처음 듣는 시민도 많다.

이는 대중의 관심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이 메시지를 시민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지 못한 소방의 과제이기도 하다.

2019년 종영한 HBO의 명작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WINTER IS COMING”이라는 대사는 다가오는 위험 앞에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 속에서는 여러 갈등과 부족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몇몇 인물들의 활약으로 결국 위기를 극복해내지만, 현실의 겨울은 그렇지 않다.

단 한 사람의 부주의, 작은 빈틈 하나가 이웃과 공동체 전체의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겨울은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대비해야만 하는 계절이다. 현실의 겨울은 모두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

통계자료에서도 나타나듯 겨울철 화재의 상당 부분은 특별한 결함보다 생활 속 작은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난방기기 사용 습관, 전기제품 관리 방식, 생활공간을 다루는 태도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실제 위험을 좌우한다.

그래서 소방의 겨울철 화재예방 대책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각자의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부분들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감지기 점검, 전기 사용의 기본 원칙, 주거공간 대피요령, 취약계층 맞춤 지원, 전통시장과 다중이용시설 점검과 같은 조치들이 모두 그 목적을 향한다.

위험을 조금 더 일찍 발견하고, 실천 가능한 범위에서 관리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광주소방은 대형화재 예방과 인명피해 저감을 목표로 △산업단지 민·관 합동 화재예방 상담(컨설팅) △물류창고 안전협력망 구축 △대형공사장 안전관리 강화 등 선제적 예방활동을 펼친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을은 독서의 계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 시기에 맞는 행동을 하듯, ‘11월은 불조심의 강조의 달’이라는 사실을 알고만 있더라도 겨울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인식이 바뀌면 생활 속 선택이 달라지고, 그 작은 변화들이 계절의 위험을 낮추는 힘이 된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인식의 출발점이 생활 속 실천을 이끌어낸다는 의미다.

11월은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이자, 위험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시기다. 그리고 불조심 강조의 달인 11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은 기간만 큼은 우리의 생활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올 겨울을 대비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이번 겨울을 안전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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