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남 통합물관리로 체계적인 물관리 나선다
김도군 순천대학교 교수
입력 : 2025. 10. 05(일)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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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군 순천대학교 교수
올해 들어 강원도 강릉은 108년 만에 가장 적은 여름 강수량(187.9㎜)을 기록했고 국가 가뭄 재난사태가 선포됐었다.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제한 급수에 들어갔고 수압이 급격히 낮아져 고지대 일부 지역은 급수가 끊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더이상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전남도 또한 빈번해진 가뭄과 홍수, 미래 공업용수 수요 등으로 물관리 여건은 어느 때보다 복잡한 상황이다. 물 문제는 곧 지역경제와 도민의 삶과 밀접한 현안이자 미래세대의 생존 문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23년 8월 전남도에서는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 기본조례를 제정해 수자원 확보와 물 공급 등 도 차원의 물관리 기본계획 수립 토대를 마련했고, 2025년 9월 10년간의 청사진인 ‘통합물관리 기본계획(2025~2034년)’을 수립했다. 이는 ‘도민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지속가능한 물’이라는 비전을 담고 있으며, 선진적 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체계적인 물관리에 나선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통합물관리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물의 안정적 공급이다. 농업과 산업, 생활용수가 균형 있게 확보돼야 지역의 경쟁력이 유지된다. 이를 위해 빗물 저장, 재이용수 활용, 해수 담수화, 지하수 관리 등 다변화된 수자원 확보 전략은 필수다. 여기에 노후 상수도 관망을 보수하고 누수를 줄이는 작업은 물을 ‘새로 만드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과제이다.

기존 수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시행된 물순환촉진법은 ‘물의 순환 기능 회복’을 중심으로 통합적이고 유역 기반의 물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도시화로 왜곡된 물순환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전남지역에서도 물순환이 심각하게 저해된 지역을 과학적 평가를 통해 촉진구역으로 지정·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또 집중호우·홍수 등 물관리 재해로부터 도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5년간 전남에서만 3000억원에 달하는 홍수 피해가 발생했고, 올해 들어 200년 빈도 강수량을 초과해 나주시는 418㎜, 담양군은 381㎜의 비가 내렸으며, 시간당 147.5㎜가 내린 함평군은 극한 호우로 주택·상가, 농작물, 가축 등 피해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가뭄은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되풀이된다. 이제는 사후 복구가 아니라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홍수·가뭄 예·경보 체계, 지역 맞춤형 비상급수망은 도민의 안전과 물 복지 실현을 위한 필수 장치다.

영산강의 수질 문제, 섬진강 하류의 염해, 가축분뇨와 농업 비점오염원 등은 전남이 품고 있는 수자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단기적인 수질개선 사업을 넘어 습지와 하천 생태계 복원, 불투수 면적 축소, 빗물 순환체계 강화 등 건전한 ‘물의 순환’을 회복해야 한다. 물은 아껴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연 속에서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물관리다.

또 물 관련 거버넌스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섬진강댐 물 배분 문제, 영산강 보 처리방안 등 물을 둘러싼 갈등은 늘 존재했다. 문제는 이를 조율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주민과 전문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물관리 거버넌스를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은 새로운 경제적 기회다. 물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매우 크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수 담수화, 정수·재이용, 스마트 물관리 같은 첨단 기술은 전남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유망 산업이다. 물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과 투자는 곧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다. 그것은 재난을 막는 안전망이자, 농어촌의 생명줄이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공동의 자산이다. 전남도의 통합물관리는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준비하는 핵심전략이다.

모든 도민들의 관심, 지속적 상황 변화의 파악, 이에 다른 유연한 적용에 의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도민과 행정, 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물 걱정 없는 전남’,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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