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 시대, 황금빛 부세를 다시 바라본다
김충남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장
입력 : 2025. 09. 01(월)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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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장
부세라는 생선은 단순한 어종을 넘어선 문화적 자산이다. 부세(학명: Larimichthys crocea)는 외형적으로 금빛 비늘을 지녀 중국어로는 ‘황어(黃魚)’라 불리며, 이름 그대로 ‘부(富)’와 ‘길(吉)’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투영되어 있어 빛깔에 대한 미적 요소와 문화적 정체성까지 담겨 있다. 예로부터 황제의 진상품으로 사용 되었으며, 명절 등 큰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고급 어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부세가 단순한 수산물이 아니라, 특정 지역의 정서와 세계관을 반영한 ‘문화어종’임을 보여준다.

부세는 중국에서 연간 생산량이 23만t 정도로 전체 해산 어류 중 14%를 차지해 단연 1등이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매년 30억 마리의 종자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양식 기술이 고도화 되어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흔히 ‘굴비정식’이라 불리는 음식의 주재료가 바로 부세인데,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된 냉동 양식 부세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한편으로는 부세가 한국의 제사상이나 외식 등 식문화에 깊이 뿌리내려 있음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국내시장 내에 부세의 생산 즉, 양식과 유통 등 생산기반이 아직 부족하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부세의 생태적 위기와 자원 회복의 필요성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과거 한국 연안에서도 부세는 흔하게 잡히던 생선이었다. 그러나 해양환경의 변화, 남획, 산란장 파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자연산 부세 자원은 300t 남짓으로 급감했다. 현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연안 생태계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부세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우리 국민에게는 큰 손실이다.

다행히도, 최근 국내 수산 분야에서는 부세 자원 복원을 위한 움직임이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영광지원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20년부터 꾸준히 여수, 고흥 등 전남 양식어가에 부세 종자 100만 마리를 분양하면서 어업인 기술지도, 수협 위판 출하 지원 등 양식 기반 구축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단순한 양식산업의 진흥에 그치지 않고, 생태적 균형 회복과 새로운 양식품종 산업화라는 큰 차원에서 접근될 때 그 가치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젠 기후변화 시기에 발맞춰 부세를 다시 바라볼 때이다. 전략적 양식산업화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품종개량 및 고수온기 생존율 향상 연구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은 양식산업의 최대 리스크다. 중국의 푸젠성 닝더시는 부세 양식량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이 해역은 여름철 수온이 평균 31도를 웃돌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더운 지역이다. 이렇게 고수온에 상대적으로 강한 어종이지만 우리나라 해역에서 생존율 향상을 위한 맞춤형 품종개량은 필요한 과제이다.

둘째, 지역 맞춤형 양식 시스템 구축이다. 부세는 상품 출하까지 18개월 이내로 성장이 빨라, 적절한 환경 조성 시 단기간에 산업화가 가능한 어종이다. 그러나 해역별로 수온 등 양식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 맞춤형 양식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셋째, 종자보급체계의 공공적 기반 강화이다. 2025년 유망양식품종 종자공급사업에 따르면, 여수시 등 3개 시군에서 부세 종자 약 300만 마리를 보급할 계획이다. 민간 위탁 및 연구기관 협력으로 안정적인 종자 대량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국내 소비와 고부가가치 유통시장의 창출이다. 중국산 부세가 국내 굴비정식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국산 부세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양식 생산 가격으로만 중국산 부세와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국산 부세의 이력관리, 친환경 인증 등을 통해 전남 만의 ‘프리미엄 부세 브랜드’를 육성하고, 고부가가치 유통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또한 밀키트, 가공식품 등 MZ세대를 공략한 가정간편식(HMR) 시장 진출도 고려해 볼 만하다.

끝으로, 부세는 더 이상 낯선 어종이 아니다. 한국인의 식탁에 이미 친숙하고, 중국과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상징적 가치를 지녀온 부세는 단순한 수산 어족자원이 아닌, 문화적·경제적·생태적 자산이다. 우리는 이 어종을 통해 기후변화 시대 전남 수산업의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어촌 경제를 살릴 새로운 소득원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부세 양식산업의 태동기다. 행정적 뒷받침, 연구기술의 접목, 어업인과 연구기관의 힘이 합쳐 진다면, 부세는 미래 수산산업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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