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자동차 화재 예방과 안전 관리 가이드
류명호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스마트전기자동차과 교수
입력 : 2025. 05. 18(일) 20:56
류명호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스마트전기자동차과 교수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친환경적인 이점과 에너지 효율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안전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화재보다 진압이 어려우며, 고온과 독성 가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예방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은 배터리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전기차에 주로 적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외부 충격이나 과열, 내부 단락 등의 원인으로 인해 화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요소는 배터리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다. 배터리 열폭주 현상은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에서 열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배터리 내부의 화학 반응이 연쇄적으로 가속되면서 과도한 열이 발생하고, 일정 온도를 초과하면 자체적으로 발열이 지속되면서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과충전이나 과방전, 외부 충격, 제조 결함 등의 요인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

전기차 화재는 충전 중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충전기의 전압이 일정하지 않거나 차량의 충전 시스템과 연결되는 충전기의 충전케이블 소켓이 손상된 경우 또는 정품이 아닌 저품질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 과열이나 전기적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배터리가 침수될 경우에도 내부에서 부식이 진행되면서 화재 위험이 증가하는데, 특히 바닷물에 노출된 배터리는 내부 단락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차량 소유자뿐만 아니라 제조사, 충전소 운영자, 정부 기관 등이 협력해야 한다. 차량 소유자는 배터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며, 제조사가 제공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해 배터리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전기차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유지하고, 배터리에 이상이 감지될 경우 즉시 전문가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충전 습관도 중요한 예방 요소 중 하나다. 차량 제조사가 권장하는 정품 충전기와 케이블을 사용하고, 충전 중 차량 상태를 자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충전 중 과도한 열이 발생하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면 즉시 충전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실내 주차장에서 장시간 충전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밀폐된 공간에서 배터리가 과열될 경우 화재 발생 시 대처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운행하고 보관할 때도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켜야 한다. 배터리는 극단적인 온도 환경에서 성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높은 온도나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차량이 충돌 사고를 겪은 후에는 외관상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반드시 배터리 점검을 받아야 한다. 배터리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침수된 차량은 절대로 자체적으로 시동을 걸거나 충전을 시도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전문가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만약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거나 불꽃이 보이면 즉시 차량에서 대피하고, 안전한 거리에서 소방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일반 차량 화재와 달리 전기차 화재는 급격히 확산 연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화재를 진압할 때는 전도성이 없는 소화기를 사용해야 한다. 물을 사용할 경우 오히려 화재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CO₂소화기나 건식 분말 소화기를 사용하는 것도 적절하다.

소방당국에 신고한 후에는 전문가가 도착할 때까지 차량 주변을 통제하고, 화재가 다른 차량이나 시설로 번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일반 차량 화재보다 진압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방당국은 다량의 물을 사용해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냉각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차량 소유자는 화재 발생 시 직접 진압을 시도하기보다는 신속하게 신고하고 안전한 거리에서 대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다. 배터리 제조업체에 대한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배터리 품질 및 내구성 테스트를 더욱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 충전소 운영자는 충전기와 전력 공급 장치의 안전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충전소 내에 화재 진압 장비를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또한 소방당국과 응급 구조 기관은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관련 장비와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기자동차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기술이지만, 배터리 화재라는 새로운 안전 과제가 존재한다. 차량 소유자는 배터리 관리와 충전 습관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화재 발생 시 적절한 대처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정부와 제조사는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고, 충전 인프라를 개선하며, 긴급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는 예방과 신속한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한 전기차 운행을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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