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주시민총궐기대회’(좌)와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및 석방 촉구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광주 시민의식이 빛났다.”

지난 15일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광주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부터 금남로4가 교차로까지 약 680ｍ 구간 안에서 각각 열린 집회에는 12·3 비상계엄 이후 광주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를 향한 삿대질과 욕설이 난무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란도 있었지만, 집회는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특히 보수성향 측 집회 참가자들이 충장로와 금남로 등 일부 상인들과 시민들을 향해 탄핵 반대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상인들은 의연하게 대처하는 등 성숙된 시민 의식을 보여줬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광주비상행동’은 이날 금남로 5·18민주광장~흥국화재 건물 일대에서 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내란세력 청산’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2만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함께 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집회는 풍물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자유발언, 공연, 현장 인터뷰 등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비상행동은 “극우세력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내란세력 윤석열을 즉각 청산하고, 국민의힘은 즉각 해체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내란동조 선동 세력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광주가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구했다”면서 “금남로 집회는 내란 선동세력의 종말을 알리고,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비상행동은 보수성향 단체 참석자들에게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꼭 둘러보고 가길 바란다”면서 “80년 5월 전두환의 불법 쿠데타에 맞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피 흘리며 죽어간 광주시민의 이야기, 이들을 총칼로 학살한 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돌아가기 전 따뜻하고 맛있는 남도의 음식도 맛보길 바란다. 다음에는 여행자로서 다시 방문해 광주공동체의 따뜻한 품을 느껴보시라”고 의연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민주당 광주·전남 국회의원들도 대거 참여했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소나무당·정의당 등 야권 인사들도 동참했다.

강기정 시장은 “12·3 비상계엄은 1980년 5·17 계엄과 쌍둥이 계엄”이라며 “헌법을 부정한 사람들은 절대 집회와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말할 수 없다. 이것이 민주주의고 헌법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록 지사도 “무도한 내란 세력에게 광주와 전남, 대한민국을 내줄 수 없다”며 “불의한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정의를 위해 승리하자”고 말했다.

이에 앞서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및 석방 촉구 기도회를 진행했다.

집회가 열린 금남로 4가역 교차로부터 흥국화재 건물까지는 ‘부정선거 검증하라’, ‘탄핵 무효’ 등 손팻말과 태극기, 성조기 등이 등장했다.

주최 측 추산 1만여명 이상이 모인 이번 집회는 역대 광주에서 진행된 보수성향 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여 윤 대통령 지지와 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인접한 거리에서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경찰은 두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남로 8차선에 대형 차량을 세워 양측을 50여m 분리했다.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탄핵 정국을 둘러싼 각자의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졌지만, 집회 참가자들 간 마찰이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