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노동 일을 하고 있지만 올해만큼 일자리가 줄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2일 오전 6시 광주 북구 용봉동 한 직업소개소.

최근 부쩍 추워진 날씨에 직업소개소 내부에는 따뜻한 난로가 켜졌지만, 두꺼운 점퍼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일용직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초조함이 역력했다.

고개를 떨구거나 자신의 손가락만 매만지는 등 긴장과 불안함이 가득한 노동자들의 모습에 최근 어려워진 건설경기 분위기를 가늠하게 했다.

사실 이러한 직업소개소의 모습은 3년 전부터 일상화됐다. 이는 일일근로자의 최대 수요처인 아파트 공사현장이 최근 경기침체와 미분양 사태 등으로 공사를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직업사무소도 일감이 반토막 나면서 일용직 노동자 절반 이상이 헛걸음을 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하루 40명의 일용직 노동자가 찾지만, 인력을 요청하는 업체는 15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인근 건설 현장에서의 수요 덕분에 다른 직업소개소보다 일자리가 많은 편이다.

이들이 직업소개소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노동 일이 유일한 생계수단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광주지역 하루 일당은 평균 15만원으로, 수수료 10%와 교통비 등을 제외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13만원 내외다.

25년간 지역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박경석씨(45)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일감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2022년 1월11일 발생한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부터 건설업 일감이 줄어들었다”며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올해 이렇게까지 일감이 없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광주는 건설현장의 일용직 일자리도 부족하다”면서 “직업소개소에서 자주 만나던 분들도 광주보다 임금 단가가 높은 서울, 경기도 등으로 많이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여름철에 일이 조금 더 많았지만, 요즘은 계절과 상관없이 일감이 줄고 있다”며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일감이 아예 없다”고 털어놨다.

동구 대인동과 광산구 소촌동에 위치한 직업소개소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이번 주 비·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아예 문을 닫은 것이다. 누군가 다녀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광주 지역 한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작년에는 하루 평균 80명 정도가 이곳을 찾았고, 대부분 현장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 숫자가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며 “특히 식당과 건설업 모두 불황이라 더욱 심각하다”며 추워지는 날씨에 일거리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현재 광주지역 직업소개소는 북구 132개소, 광산구·117개소, 서구·64개소, 동구·51개소, 남구·40개소 등 모두 404개소가 운영되고 있다.